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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4. 최고의 작품들만 읽어주시길

by 성준

p 89-91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좋은 작품들을 보고 그것들이 제공하는 세계의 모든 것을 만끽해 주세요.
그리고 그 에너지로 자신의 것을 쓰는 겁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최고로 태어났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는 그들에게 최고의 것들만 보여주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그들에게는 최초이자 최고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최고의 삶으로 태어난 셈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삶은 내가 언어와 읽기를 할 줄 아는 순간부터 급속도로 사라져 갔다. 나 스스로 최고라고 하기엔 아는 것도 읽을 수 있는 것도 너무 많았다. 세상에는 정말 최고의 것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나는 이제 7단을 외우고 있는데 옆집의 한 살 동생은 벌써 구구단을 다 외워 버렸단다. 같은 반 친구는 나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더 크다. 최고가 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데 학교를 다닐수록 나는 최고의 순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자본주의의 기쁨을 알아가는 과정은 나 스스로를 객관화시켜야 했고, 나는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소한 쓸모가 있기만을 바랐다.


최고의 순간을 다시 느낀다. 이제는 내가 아닌 내 아이들에게서 느낀다. 걸음마만 하여도, 방긋 웃기만 하여도, 복스럽게 밥만 잘 먹어도, 그 순간은 내게 최고의 순간이 된다. 아이들은 나에게 최고다. 그 존재만으로 이미 최고의 자질을 갖추었다.


사춘기로 속을 썩이는 큰아이마저도 나에겐 최고다. 작은 실수와 실패는 스크래치 하나 낼 수 없는 완벽한 존재다. 이는 시간이 흘러도, 나이가 들어도 바뀌지 않을 진리다.


혹시 지금 나도, 우리 부모님들께는 최고일까? 여전히 나를 인생의 최고라고 바라봐 주실까? 내가 내 아이들을 보는 시선과 같다면, 나 역시 최고일 수 있다. 그들에게 나는 흠집 낼 수 없는 최고의 작품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들에게만은 최고로 기억되고 싶다.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화요일 : 동생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금요일 : Daddy At Home

비정기매거진 : 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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