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엇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서 그 글을 충분히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감들을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려보는 거지요. 레고처럼 이렇게도 맞춰보고 저렇게도 맞춰보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겁니다.
삼천포로 빠지는 이유.
하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둘. 억지로 글을 쓰고 있어서.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여 글을 쓸 것.
새해가 밝아온 지 나흘 차이니 이쯤 해서 써줄 필요가 있다. 작심삼일. 뻔한 클리셰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글이지만 글보다는 의지의 문제이기에 글을 쓰면서 우리의 의지를 다잡는 과정쯤으로 하자. 우리는 기가 막히게도 매번 똑같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누구나 발밑에 걸리는 돌부리 하나쯤은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이름도 다양하다. 누군가의 돌부리는 끈기가 될 테고, 누군가의 돌부리는 인내가 될 것이다. 이름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문제는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학창 시절 공부할 때부터, 직장을 다니면서, 혹은 글쓰기를 하면서부터 나를 기막히게도 쫓아오는 문제는 꾸준함이다.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내일도 똑같이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보통 우리는 1주일 내외로 이 고비가 찾아오곤 한다. 삼일보다는 조금은 길지만 별 차이는 없다. 본질은 같다. 쉽게 결과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배신감이다.
보통 우리는 그럴싸한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잡는다. 계획을 이루기만 한다면 우리 인생은 한결 쉬운 꽃길로 접어들 것이다. 일단 계획과 목표가 그러하다. 문제는 그 계획이 디테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에 합격하겠다. 자격증을 따겠다. 토익점수를 맞추겠다. 우리는 신년에 대부분 큰 계획을 잡는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계획은 맞다. 계획과 목표에 잘못은 없다. 우리는 방향만 설정해 두었을 뿐, 세부적인 계획을 잡는데 미숙하다.
목표는 원대하고 커도 좋다. 그럴수록 디테일한 계획이 필요하다. 원대한 목표일수록 이루는 과정은 길고 험난하기 마련이다. 파도 파도 나오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언제 어떻게 나올지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샘물이 터지기라도 하면 대박이다. 우리는 샘물이 터질 때까지 디테일한 과정을 그려야 한다.
인스타 팔로워로 예를 들자면, 보통 1만의 작은(?) 구독자를 목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팔로워 수 1만은 시드머니와 비슷하다. 일단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준비과정인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꽤나 어렵다. 우리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소통을 하며, 릴스와 스토리를 올린다. 갑자기 조회 수가 폭발해서 곧 1만에 다다를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100명을 겨우 모으니 이제 1%를 달성함 셈이다. 매일매일 올리는 피드에 더 이상 올릴 사진과 글도 없는 것 같다. 억지로 쥐어짜려니 슬슬 피로감이 심해진다. 이거 될까? 의심마저 스물스물 기어 나온다. 피드 올라가는 속도가 늦어지고, 그에 따라 팔로워 수 증가는 더 늦어진다. 이게 내 경험이다. 아마 대부분의 경험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나의 목표와 방법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디테일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무리 올바른 방향과 시도였어도 과정이 없이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내가 채운 100명의 팔로워는 그 과정의 일부다. 잘하고 있는 거다. 만약 내가 팔로워 100명을 목표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 100명이 채워진 순간 나는 작은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취감이 팔로워 수 200, 500으로 가는 연료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목표로 가는 길목 중간에 당근이 필요하다. 그 당근은 목표로 잘 가고 있다는 방향성과 목표로 가는 길 지치지 말라는 연료가 된다. 우리가 이제껏 작심삼일한 이유는 그 길가에 당근 놓기를 하지 않아서다. 삼일마다 도달할 수 있는 곳쯤에 당근을 뿌려 둔다면, 우리는 아마 덜 지칠 것이다.
목표는 실현 가능하고 디테일하게 세부적으로 잡아라.
목표로 가는 길목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목표점을 정해라. 되도록 가볍게.
매번 작은 목표를 이룰 때마다 체크하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어라.
목표를 이루는 길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붙이며 목표를 이룰 수도 있다. 절망감과 패배감을 무기로 자신을 협박할 수도 있다. 이루지 못하게 되면 느끼게 될 고통들을 미리 겪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스스로에게 작은 칭찬을 줄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는 것이 낫다. 우리는 알고 있다. 고래는 칭찬도 춤..아닛!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