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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6. 메모앱 이용법

by 성준

p 95-97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글을 너무너무 쓰고 싶은데 쓸 이야기가 없다면 그때 에버노트를 열어봅니다.
그 안에는 내가 쓰고 싶은 주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습니다.




나는 잘 모르지만 방탈출 게임이란 게 있다. 감금된 방 안에서 힌트를 찾아 문을 열고 나오는 놀이다.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들어보면 한 가지의 힌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문제 해결 키(KEY)의 존재를 알려준다고 한다. 연결된 수수께끼의 3D 버전쯤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나는 머릿속에서 방탈출을 한다. 내겐 글을 한 편 써내는 것이 방탈출과 같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던진다. 대체로 질문은 한 종류다. 지금 제대로 쓰고 있는가? 그중에서 제일 난해한 질문은 그것. 무엇을 써야 할까?


방탈출 게임에는 입장할 때 쥐어지는 질문지라도 있을 텐데. 글쓰기의 그것은 질문지 자체도 내가 만들고 내가 풀어내어야 한다. 재미난 것은 내가 만든 질문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풀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답이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는 스스로 못 풀어 쩔쩔매는 꼴이 우스운 게 글쓰기다.


그래서 질문지를 만들기 전에 답변을 먼저 준비한다. 무엇을 써야 할까? 란 질문은 항상 등장하기에 평소에 대비한다. 간단한 해결책은 메모다. 평소의 하루를 메모하는 습관. 소재가 되든 주제가 되든 메모는 힌트가 된다. 문제 해결할 이정표가 되어 때로는 주제를 던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소재를 내놓기도 한다. 인간의 머릿속은 한계가 있어 기발한 문장과 생각도 곧 사라진다.


사라지기 전 잊히기 전에 기록해야 한다. 그렇게 기록된 메모는 방탈출의 힌트가 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안내해 준다. 인간은 잊기도 잘하지만 그만큼 되새김도 잘한다. 하나의 힌트만으로 당시의 생각들이 머릿속에 줄을 지어 입장하곤 한다. 그만큼 메모는 중요하다.


정답은 없고, 방법은 많다. 핸드폰, 메모지 어느 것도 좋다. 떠다니는 생가글 잡아 펜으로 꾸욱 눌러 새겨두면 된다. 메모를 새기는 동시에 내 머릿속에 방 한 칸이 마련되어 기억이 저장된다. 언제고 메모를 뒤적여 키를 삼아 그 금고를 열면 당시의 기발했던 생각들을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방탈출 하듯 꼬리를 물고 글을 써 내려가면 된다.


오늘의 방탈출은 완성!

내일의 방탈출을 위해 메모장을 켭니다. 지금






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화요일 : 동생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목요일 : 짐은 민박집에 두고 가세요

금요일 : Daddy At Home

비정기매거진 : 관찰하는 힘 일상을 소요하다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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