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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29. 2024

일상이 위대한 이유.

잠시 기분이 붕 떠 살았습니다. 

새 학기에, 새로운 이벤트에, 잠시 평소의 일상보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날들을 잠시 살았습니다. 

이제 세 아이는 각자 다른 배움을 하러 다닙니다. 


유치원으로 

초등학교로 

중학교로. 


저는 잠시 짧은 여행을 다녀왔고, 그 사이 3번에 걸쳐 인터뷰이를 했습니다. 저의 작업에 관한 인터뷰면 더 좋았겠지만, 그보다 제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5월 말에 방영될 다큐에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으로 보여주실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나름 신기하고,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현역 피디 시절에는 항상 카메라 뒤에 서 있었습니다. 뷰파인더로 대상을 관찰하고, 이미지를 만들어 갔는데 내가 피사체가 되니 낯설고도 흥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말의 빠르기는 어땠을지, 내용은 어땠을지.. 많이 고민하고 임한 촬영이지만 역시나 어버버 했을 것 같네요. 


낯선 경험을 하는 날이면 쉽게 잠이 들지 않습니다. 쏟아진 아드레날린이 미처 해소되지 못한 것인지, 한참을 뒤척거리며 그 일들을 복기하곤 합니다. 아쉬웠던 점, 부족했던 점, 그래도 잘했던 점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밤이 훌쩍 깊어가곤 했습니다. 낯선 일들과 감정에 평소의 일상에 생기가 도는 듯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미처 챙기지 못한 일상이 한가득 남아 있네요. 


아직 읽지 못한 책들, 여백으로 남아 있는 글들. 호기롭게 시작했던 프로젝트들이 낯선 일에 우선순위를 내어주곤 저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평소의 일상이 모여 저를 이런 이벤트에 데려다주었는데, 일상을 잠시 미뤄두었네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잠시 붕 뜬 기분을 추스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새로운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천천히 시위를 당겨 팽팽해진 활을 쏘기 위해서요. 

일상은 시위를 당기는 것 같네요. 다리는 지면에 단단히 고정하고, 저 멀리 표적을 보며,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두 팔을 밀어내어 시위가 팽팽해지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단순해 보이고, 지루해 보일지 몰라도 당기지 않는 활시위는 화살을 밀어내지 못하니까요. 


저는 지금 잠시 한 발의 활을 쏜 셈입니다. 다음 화살을 쏘기 위해서는 또다시 시위를 당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날아간 화살만 바라보고 살아야 합니다. 


잠시 잊고 있던 일상을 깨닫고, 다시 시위를 당기는 일에 전념하려 합니다. 

다음은 과녁의 어디에 맞을지 천천히 조준하고, 팽팽하게 당기겠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꽂힐 수 있도록, 첫 발의 화살이 날아간 위치를 기억하고, 좀 더 집중해 조준하려 합니다. 


잠시 게으름을 피운 것을 조심히 반성하며, 오늘의 다짐글을 적어갑니다. 

오늘이 위대한 일상이 되도록,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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