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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Sep 25. 2024

미안하지만 나도 힘들어...

이런 말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도 참 어려운 세대다. 



나는 80년 생이다. 벌써 40대의 중반의 나이가 되었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시대라면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아내지 못했지만, 스스로 돌아보면 반환점은 넘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동년배들과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아직 우린 늙지 않았다고 말을 하지만, 반대급부로 보면 젊지도 않은 나이다. 동년배들의 사회적 입장을 보면,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으며,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관리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능력도 한몫하겠지만, 직장 연차나 등등을 보면 그럴 경력이 되어버린 때이다. 결혼을 한지 빠르게는 20여 년이 되기도 한 사람들도 있으나 많은 경우 13-4년이 된 경우가 많아 보인다. 결혼 10년 차가 넘어가다 보면, 어떻게 해서든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진다. 가정 구성원의 수나, 사회적인 위치에 따란 경제적인 보상등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소유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정리하자면 지금 내 또래의 40대 중반의 구성원들은 어느 정도 가정을 이루고 있고,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 있으며, 자가를 소유한 경우가 많거나, 욕구가 강한 그룹쯤 될지 모른다. 이 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회적인 시선은 이와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지금 현 사회의 기득권에 가까운 그룹처럼 보인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사회적인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는 사람들의 그룹쯤에 가깝다.


반면, 지금의 20대의 경우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 20대의 나이가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생각되기도 하지만, 지금의 20대는 현재 갖지 못한 것만큼 앞으로도 가져보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커져버린 세대처럼 보인다. 취업난을 필두로 이어지는 경제적인 불안정들. 점차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주거의 불안정성. 대한민국 특유의 학력, 직장, 결혼, 성공에 대해 높은 기대치로 인한 사회적인 압박들. 이로 이어지는 낮아지는 출산율, 정치적 무관심과 회의감, 세대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등 사회의 모든 불안정과 불공정, 불평등한 곳들에 20대가 빠지지 않는다. 지금의 20대는 부모보다 경제적 성공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첫 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제 성장기를 멈춘 탓일지도 모른다. 참 힘든 세대다. 



그 시기를 보낸 입장에서 일지 모른다. 지난날을 보내서 이런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가 좋아 보여서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모습이 되기까지 결코 꽃길로만 걸어온 세대들은 아니다. 그저 그런 시기들이 지나갔다고 보이는 것뿐이다. 


80년생부터 MZ의 끝자락쯤으로 자리 놓아준다고 하지만 실상 극과 극쯤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맞다. 80년대생과 2000년대 생들을 비교하면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80년대 이전의 세대들이 정치적인 과도기를 경험하고 이끌었다면, 80년대 생들은 문화적 과도기 속에서 성장해 온 세대들이다. 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대중문화계는 큰 변화를 가져왔고, 아이돌과 팬덤 문화가 시작되었던 시기다. 핑클과 SES, HOT와 젝스키스 등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들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이는 이전의 대중 문화계에는 없던 현상들이다. 이와 함께 삐삐와, 이동통신과 인터넷의 발달은 이제껏 사회과 변화하는 속도를 몇 백배는 빠르게 변화 성장 시켜왔다. 


경부 고속도로가 대한민국의 경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동통신과 인터넷의 발달은 대중문화계의 폭발적인 확산을 가져다주었다. 지금의 80년대 생들은 이 모든 과정을 몸소 체험했던 시기다. 그들에게는 아날로그 시절과 디지털 시대 모두를 경험하며 성장해 왔고, IT 기술과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받는 동시에 동력이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핸드폰과 함께 시작한 2000년생들 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한 셈이다. 물론 80년대 이전 세대들도 같은 경험을 했지만, IT와 인터넷 문화가 한창 성장할 시기의 소비와 생산의 주체가 되었던 세대들이 8-90년대생 들일 것이다. 


우리가 자라난 세대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을까? 지금의 기득권이라 불리는 세대들은 처음부터 기득권을 손에 쥐고 성장해 온 것일까? 지나간 고통과 고난은 추억 속에서 희석되어 좋아 보이는 것만을 남겼을지 모르나,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점들을 겪고 고쳐왔던, 혹은 그 문제점이 계속된 세대들 일지 모른다. 누가 더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누구의 고통과 문제점이 더 해결하기 어렵고, 고착화되었는지 불행을 자랑하고 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문제를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는 상호 간을 이해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지금 20대가 겪는 문제는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앞서 말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의 20대가 앞으로 살아갈 시기들의 예상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게 하며, 이는 결코 우리 세대가 겪어온 것들보다 가볍지 않다. 지금의 세대는 지금의 20대들이 겪었던 문제점들과 비슷한 일들을 경험했고, 겪어 왔지만 지금의 20대에게는 아직 그 문제점이 진행형이기에 두 세대를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기가 쉬지 않다. 



80년대 생들은 문화적 아노미 시기를 경험해 왔다. 과거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시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왔으며, 그 가부장적인 문화는 현재 80년 대생들이 가장이 된 지금과 비교하자면 그 가부장적 문화는 거의 소멸되어 온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80년대 생들이 보낸 그 과거의 가부장적 문화와 지금의 가정 문화를 비교하는 상대적인 수치이다. 절대적인 수치로 가부장적 문화가 종식되었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인 비교에서는 지금의 가정문화는 오히려 모계사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명절을 제외한다면, 가정의 많은 관계들이 친가보다 외가 위주의 행사와 이벤트가 더 잦은 경우가 많다. 각 가정의 경우가 다를 수 있으나, 그 빈도와 경우는 과거의 그것보다 확실히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더불어, 교권, 인권의 문제들이 지금보다 더 경직되고, 수직적인 구조에서 유년시절과 젊은 시절 대부분을 보내왔다. 학교에서의 체벌과 교칙의 엄격함은 지금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며, 동시에 많은 폐해들이 존재해 왔다. 교권은 지금과 비교할수록 높았던 시기지만, 더불어 촌지와 체벌이 당연한 시기가 있었고, 이로 인한 차별과 암묵적인 용인이 당연했던 시기가 있었다. 과거 교사는 존경받는 위치인 동시에 뒤에서 험담하기 다반사였다. 성별의 차이는 이에 못지않게 경직되어 있었다.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을 진학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았으며,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임금의 체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차별적이었다. 직장 내의 성적 희롱에 대해 의식이 부족했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신, 출산이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모든 난관을 극복했다 하더라도 여성이 직장 내 임원의 위치에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성 임원의 탄생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언론에 등장했던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개발도상국 수준이었으며, 코리아에 대한 인식은 동아시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일 뿐이었다. 북한과의 휴전상태인 세계 몇 없는 전쟁 국가였으며, 북한의 도발과 행동에 국내 증시는 지금보다 훨씬 크게 요동쳤다. 정치적인 수준 역시 이에 못지않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선거철이면 현금을 동원한 매표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었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여행을 보내주거나, 동네잔치를 벌여주는 후보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심지어 폭력배를 동원해 상대방의 선거 홍보를 저지하기도 했다. 모든 수준이 지금보다 수치적으로 의식적으로 낮은 곳에 있던 시기였다. 


90년대 후반의 국가부도상태는 IMF의 관리하에 놓인 때가 있었고, 전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외화 확보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젊은 이들은 이 시기를 처음으로 취업난이라는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국내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기존 직장인들의 대규모 해고, 명예퇴직의 이슈가 발생했던 시기다. 과거 취업을 못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했던 공무원이 퇴직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뜨거운 직업군으로 부상했던 것도 이 시기다. 지금의 취업난 못지않은 취업 전쟁시기였다. 



지금 20대의 문제로 돌아가보면,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시작한 세대다. 경제는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 사회 인식, 정치 인식, 공중도덕의 인식 등은 과거에 비할 것 없이 나은 수준을 보인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의 변방 국가가 아닌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세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나라다. 한국 대중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호의적인 위치로 올려다 두었다. 이제 KOREA를 모르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국가 전체적인 지표 자체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20대에게는 더 가혹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성장기를 지난 경제는 이들을 부모세대보다 더 낮은 생애 소득을 기대해야 하는 세대로 만들어 버렸고, 기술을 발전은 그들의 일자리 수를 줄여버렸으며, 남녀 간의 인식 변화, 세대 간의 인식 갈등은 아직 그 출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세대 일지라도, 그들이 직면하는 문제와 상황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그들이 처음 겪는 주어진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는 것도 맞다. 기득권, 기성세대들이 계획을 가지고 이런 사회를 만들어 온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타성에 젖은 인식과 행동 그리고 시기 시기 주어졌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변화된 세상에 걸맞은 새로운 인식과 방법을 찾기보다 타성에 젖어 익숙해져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이 지금의 세상을 탄생시킨 것이다. 



불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알고 하는 잘못과 모르고 한 잘못 어느 것이 더 나쁜 것인가의 질문이다. 어린 시절 나는 알고 하는 잘못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잘못인지 알면서 행하는 것은 그때의 이기심의 결과인 것이며, 그는 스스로 잘못을 행한 것이기에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르고 한 잘못이 더 치명적이라고 한다. 알고 저지른 잘못은 본인이 스스로 잘못된 길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교화될 가능성이 단 1%라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잘못된 일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 행동을 고칠 가능성은 없다. 잘못된 일임을 알게 될 때까지 그 행동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잘못임을 인식하고 나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타성에 젖어 있어 행동을 수정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지금의 기득권 세대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되었더라 하더라도 그릇된 것임을 인지하면서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행동의 수정 가능성이 남아있다. 게다가 평생을 다른 것에 적응하기 위해 애써온 세대가 지금의 기득권이기에 사회 변화의 수용에 대해서는 어느 세대보다 유연하다 생각한다. 


지금의 젊은 기득권도 힘든 시기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세대의 책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한 번의 시도나 노력으로 해결하기란 어렵다. 더욱이 기득권이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 기득권과 비기득권 주류와 비주류등 사회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기득권이 먼저 시작해야 할 의무에 가깝다. 

내 것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나, 그 행동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사회 변화를 꿈꾸는 것과도 같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나도 힘들다. 하지만 나의 것을 지키는 것만을 꿈꾼다면, 결국 우리가 키우는 자녀들의 앞날에 켜질 등불을 꺼버리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드지만, 결국 지금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함께 살아가야만 유지되는 것이 과거의 그리고 앞으로의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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