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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존중하지만, 그 부탁은 어렵습니다

by 성준

거절은 쉽지 않다. 때때로 그것은 잔인할 정도로 무겁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순간, 공기가 묵직해지고 상대방의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걸 느낀다. 나는 순간 머뭇거린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냥 들어주는 게 더 편한 건 아닐까?' 하지만 그 길의 끝은 늘 같았다. 피곤한 몸, 어쩔 수 없이 내준 시간, 그리고 속으로만 삼키는 후회.


거절이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선을 그을 수 있을까? 단순한 "안 돼"가 아니라, 우아하면서도 단단한 "아니요"를 말하는 법. 귀티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부드럽지만 확고한 태도를. 품격 있는 거절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거절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퇴근길, 피곤에 절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단체 채팅방이 요란하다.

"오늘 한잔할까? 다들 올 수 있지?"
"안 오면 서운하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미 한 주가 녹초인데, 이걸 거절한다고 하면 "야, 너 진짜 너무한다" 소리를 듣겠지. 애매한 핑계를 대도, 저녁을 안 먹었으면 "밥 먹고 나와"라고 할 것이고, 피곤하다 하면 "한 잔만 하고 가라"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절을 못 하면 계속 끌려다닌다. 처음에는 "뭐, 한 번만…" 하다가, 어느새 매주 퇴근 후 술자리에 앉아있다. 이래선 안 된다. 품격 있게, 그러나 확실하게 거절해야 한다.


품격 있는 거절이란?


거절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 속에서 나의 자리를 조정하는 과정이자, 타인의 기대와 나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어설프게 거절하면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아 미안하고, 무작정 수락하면 내 시간과 에너지가 소진된다. 결국, 품격 있는 거절이란 타인을 존중하면서도 나를 지키는 기술이다.


귀티 있는 사람은 “싫어”라고 거칠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아하게 선을 긋는다. 부드럽지만 분명한 태도로, 상대가 더 이상 강요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거절한다. 이는 단순한 대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내 삶의 중심을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품격 있는 거절의 핵심이다.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상대를 배려하되, 내 입장은 명확하게"
"무조건적인 No가 아니라, 유연한 태도로"



어느 금요일 저녁, 퇴근을 앞둔 순간 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 회식 한잔 어때? 다들 오랜만에 모여야지!"

나는 살짝 미소를 짓는다. 예전 같으면 머릿속이 복잡했겠지만, 이제는 안다. 품격 있는 거절법을.


"아… 오늘은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기로 해서요. 다음번에는 미리 알려주시면 조율해볼게요!"

부장님은 잠시 멈칫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인다.


"가족이랑 약속이면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

이것이 핵심이다. 이유를 분명히 하되,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휴일 아침,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야… 좀 급한데, 이번 달 월세가 모자라서 그런데, 잠깐만 빌려주면 안 될까?"

순간 고민이 된다. 거절하면 친구 사이가 어색해질까? 하지만 빌려주고 나서 돈이 돌아오지 않으면 관계가 더 나빠질 게 뻔하다.


나는 차분하게 말한다.

"나도 요즘 예산을 딱 맞춰서 운영 중이라 바로는 어렵겠어. 대신, 혹시 대출이나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필요하면 도와줄게."


친구는 아쉬운 듯하지만, 내 태도에서 확신을 느끼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다. 거절이란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신 해결책을 고민하는 방식도 될 수 있다.



업무가 쏟아지는 어느 오후, 같은 팀 동료가 다가온다. 책상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바쁜 거 아는데, 혹시 이 프로젝트 자료 좀 정리해줄 수 있어? 나 요즘 정신이 없어서… 네가 워낙 정리 잘하잖아."


이미 내 일정도 가득 차 있는데, 순간 난감해진다. 도와주고 싶지만, 이번에도 받아들이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게 뻔하다.

나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한 채 답한다.


"이번 주는 일정이 너무 꽉 차서 내가 맡기 어려울 것 같아. 대신, 필요한 정리 방법이나 템플릿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

동료는 아쉬운 듯하지만, 내가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걸 이해한다.


거절은 무조건적인 '아니'가 아니라, '이 방법은 어렵지만, 이렇게 도울 수 있다'는 식으로 조율하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내 시간과 에너지를 보호할 수 있다.

거절은 무조건 ‘싫다’가 아니라, ‘이건 어렵지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방향을 잡으면 훨씬 자연스럽다.


이유는 말하지만, 변명하지 않는다.
유연한 태도로 단호하게 말한다.
긍정적인 마무리로 관계를 유지한다.
거절 후에 불필요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거절은 단순히 당장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균형을 맞추고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거절을 못 하면 결국 모든 관계가 피곤해진다. 상대방은 계속해서 기대하고, 나는 점점 더 소모된다. 반대로, 너무 차갑게 거절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를 존중하면서도 나를 보호하는 균형 감각이다.


품격 있는 거절이란 단순히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과 나, 둘 다를 배려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우아하게 선을 긋되, 관계의 온기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래 가는 관계를 만드는 기술이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나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거절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한 관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지키면서도, 관계를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거절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고도 세련되게 한다.


정중하고 유연한 태도로, 품격 있는 거절을 연습해보자!

거절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요청을 받고, 때로는 원치 않는 요구를 마주한다. 하지만 거절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부정적이다. 거절하는 사람은 차갑거나 이기적으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예'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수락은 결국 부담과 피로만을 남길 뿐이다.


잘하는 거절은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내 입장을 지키는 일이다. 거절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나쁜 거절은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이유 없이 냉정하게 선을 긋는 방식이다. 우리는 종종 필요 이상으로 미안해하며 거절을 주저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관계 속에서의 균형이다.


품격 있는 거절은 곧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거절을 연습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존중하기 시작한다. 신뢰는 경계를 지키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아하고 당당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결국, 이것이 당신의 삶을 더 귀티 있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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