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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슬픔, 기쁨, 불안… 품격은 여기서 갈린다

by 성준

감정은 바람과 같다. 때로는 온화한 산들바람처럼 우리를 감싸지만, 때로는 거센 폭풍처럼 모든 것을 휘저어 놓는다. 뜨거운 분노가 솟구치고, 깊은 슬픔이 가라앉고, 벅차오르는 기쁨이 터지며, 서늘한 불안이 스며든다. 감정은 우리를 압도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우리를 한없이 나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것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지도, 감정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감정을 가둬두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품위 있게 다룬다. 마치 바람을 타고 항해하는 선장이 물살을 읽고 배를 조정하듯, 그들은 감정의 흐름을 파악하고, 필요할 때 방향을 바꾼다. 거친 감정의 파도가 몰려와도 허둥대지 않는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그들의 품격을 결정한다.


단순한 절제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을 만드는 기술이다. 그 기술이 익숙해진 사람은 우아하고, 세련되며, 강하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절제하는 척하면서 내면에 쌓아두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감정을 삼키면 강해지는 줄 안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린다는 건, 그것을 나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할 줄 안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 기회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내가 슬픔을 가만히 꺼내 놓고 앉아 있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기쁨을 과하게 표현하면 경계하거나 질투한다. 분노를 터뜨리면 감정적이라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 냉정하다 한다.


그러니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단순한 조절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사용하고, 표현하고,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꺼내 보이는 일이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그 기술을 알고 있다.


분노는 인간이 가장 자주 후회하는 감정이다. 한순간의 격앙이 쏟아진 후에는, 항상 싸늘한 후회가 따라온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쓰레기가 그대로 있다면? 우리는 쉽게 쏘아붙이고 만다.


“도대체 하루 종일 뭐 한 거야?”

말이 튀어나온 순간, 상대의 눈빛이 바뀌는 걸 본다. 이제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상대는 방어적으로 변하고, 대화는 싸움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후회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순간에 멈춘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한순간의 감정이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므로 그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분노를 다르게 말한다.


“오늘 하루가 정말 힘들었어. 부탁했던 걸 해주지 않아서 조금 서운했네.”

말이 부드러워진 순간, 상대방도 방어적이지 않다. 감정이 조절되면 관계가 달라진다. 귀티 있는 사람은, 감정을 표현하지만 그것이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조율할 줄 안다.


슬픔은 우리를 가두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강해지기 위해 슬픔을 묻어둔다. 하지만 감정을 숨기는 것은 품격이 아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그것을 정제하는 일이다.


부모님을 떠나보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다. 늘 단단한 사람이었다. 장례식에서도, 이후의 삶에서도 단 한 번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역시 강한 사람이야. 잘 이겨내는구나."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길을 걷다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다. 눈가에는 깊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고, 입술은 말없이 굳어 있었다. 그는 깨닫는다. 자신의 슬픔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저 더 깊은 곳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을.


슬픔을 견디는 것과 외면하는 것은 다르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기로 한다. 오랜 친구를 만나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요즘 좀 힘들어. 아직도 마음이 정리가 안 돼."

친구는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다. 그렇게 그는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한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그들은 슬픔을 다룬다. 그들은 슬픔을 나누는 방법을 알고 있다. 말 한 마디로 누군가는 손을 내밀 것이고, 누군가는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넬 것이다. 감정은 공유할 때 치유된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기쁨은 감정을 다스리는 최고의 시험대다. 사람들은 행복할 때 가장 무방비해진다. 승진 소식을 들은 직장인이 기뻐서 말했다.


“드디어 승진했어! 나 진짜 열심히 했잖아. 근데 너는 아직 안 됐다고?”

옆자리 동료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는 같은 승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기쁨을 표현하는 순간이었지만, 결국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기쁨을 독점하지 않는다. “이번에 좋은 소식이 있었어. 다들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지.”

그 한 마디가 분위기를 바꾼다. 감정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품격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불안과 초조함은 우리의 가장 오래된 적이다. 중요한 발표를 앞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긴장해서 손을 떨고, 어떤 이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태연하다. 차이는 단 하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아느냐의 문제다.


“왜 그렇게 침착해?”

귀티 있는 사람들은 답한다. “불안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까.”


그들은 불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안을 다룬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어깨의 힘을 뺀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한다. 긴장을 적당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국 무대 위에서 가장 돋보인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관계를 다스리는 것이다.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면 사람들은 나를 신뢰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감정을 다스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감정이 완전히 가려지면 사람들은 나를 차갑고 거리감 있는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다. 반대로,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면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거나 신뢰를 잃게 된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할 줄 안다. 그들은 감정을 표현하되, 그것이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조율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순간에도 격앙되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불만을 표현하며, 슬플 때에도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나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도 과하지 않게 표현함으로써 주변의 분위기를 고려한다.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쥔다.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빛난다. 감정을 다루는 기술은 결국 자신을 더 신뢰받는 존재로 만들고, 보다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품격이다.


귀티 있는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활용할 줄 안다. 그들은 감정을 표현하되, 그것이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한다.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관계 속에서 주도권을 쥔다.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빛난다.


결국, 감정은 한순간에 휘둘릴 수도 있지만, 제대로 다루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감정이 나를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감정을 지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품격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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