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열에서 서랍으로, 서랍에서 대시보드로
'개인'이라는 페이지를 하나 만들었다. 일상의 기록, 취미 생활, 잊지 말아야 할 메모들. 이것저것 넣다 보니 어떤 내용을 더 넣을까 고민이 시작됐다. '영화, 운동, 책..'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 계속 떠올랐다.
'이걸 다 만들어서 기록할 수는 있을까? 그래 일단은 만들어보자.'
그렇게 페이지를 하나둘 만들고 배치하다 보니,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페이지가 Notion에서는 '블록'이라는 것. 텍스트 한 줄도 블록, 이미지도 블록, 구분선도 블록. 개인 페이지도 블록, 자전거 기록 페이지도 블록, 영화 페이지도 블록이었다.
나는 원래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 안 가구 위치를 바꾼다. 같은 방인데 소파 하나 옮기면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블록을 알게 된 순간, 그 감각이 떠올랐다. 어릴 때 블록을 가지고 놀아봤다면 알 것이다. 같은 조각인데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집도 되고 자동차도 된다.
Notion의 블록이 딱 그랬다.
만들었던 업무 페이지, 개인 페이지, 아이디어 페이지. 각각을 블록으로 만들어 하나의 페이지 위에 올려놓았다. 자주 쓸 것 같은 페이지는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 업무 블록을 열면 프로젝트별 메모가 보이고, 개인 블록을 열면 취미 생활과 일상 기록들이 보인다.
구성을 하다 보니 화면이 서랍장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페이지에 기록을 늘어놓고 스크롤을 내리는 게 아니었다. 서랍을 열고 닫는 느낌이었다. 기록이 서랍 안으로 들어가니, 화면이 정돈됐다. 끝없는 스크롤 대신, 필요한 서랍만 열면 됐다.
달라진 건 보이는 화면만이 아니었다. 기록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무언가를 적을 때 "일단 적어두자"가 먼저였다. 블록과 서랍의 구조를 알고 나서는 "이건 어느 서랍에 넣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기록하기 전에 기록의 자리를 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니까 나중에 찾을 때도 어디를 열어야 하는지 바로 떠올랐다.
기록하는 사람에서, 구조를 짜는 사람으로. 손이 먼저 움직이던 습관이,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습관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서랍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조금 더 편하고 보기 좋게 구성할 필요가 생겼다. 모든 서랍의 입구를 하나의 페이지로 모았다. 이 페이지 하나만 열면 어떤 서랍이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PC를 켜면 이 페이지를 열어놓고 오늘 할 일도 체크하고, 필요한 건 메모해 나갔다. 퇴근 전에도 하루를 정리하며 서랍을 열어 기록을 남긴다. 목차였던 페이지가, 어느새 하루의 출발점이자 복귀 지점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야 이런 구조를 '대시보드'라고 부른다는 걸 알았다. 이름을 몰랐을 뿐, 이미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시보드는, 이후 또 한 번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