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나만의 대시보드가 생겼다

기록 습관이 바뀌는 순간

by imago

대시보드 구조를 잡고 나서 생긴 첫 번째 불편함은 뜻밖에도 '클릭 수'였다.

운동을 누르고, 요가&필라테스를 누른다. 취미생활을 누르고, 영화를 누른다. 매번 두 번 클릭이었다.

페이지를 블록처럼 배치하며 카테고리별로 구조를 잡았을 때는 뿌듯했다.

운동, 취미생활, 여행, 스터디, 정리함. 정리는 했는데 쓰기 편한 구성은 아니었다.

폴더 안에 넣어둔 건 좋은데, 자주 꺼내는 물건이 매번 서랍 안에 있으면 불편하다.

이건 정리의 문제가 아니라 동선의 문제였다.




컴퓨터 바탕화면을 떠올렸다.

폴더 안에 파일이 있어도 자주 쓰는 건 바로가기를 만들어 바탕화면에 꺼내놓는다. 그게 편하니까.

같은 원리였다. 운동이라는 제목을 하나 적고, 그 아래에 자주 쓰는 페이지들을 열 맞춰 꺼내놨다.

요가&필라테스, 등산, 자전거, 골프, 축구. 폴더를 열지 않아도 바로 들어갈 수 있게. 취미생활도 같은 방식으로 펼쳤다. 영화, 드라마, 책, 통기타, 공연, 요리. 자주 쓰는 페이지가 눈앞에 있으니 고민 없이 바로 누르게 됐다.

여행, 스터디, 정리함도 같은 구조로 잡았다.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았다. 여행에는 여행메모 하나. 스터디에는 공부하면서 틈틈이 메모해둔 노션 단축키 모음, 그리고 나의 도전 과제 중 하나였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정리함에는 정리 대상 페이지 몇 개. 그게 전부였다. 빈 열이 있어도 괜찮았다. 쓰다 보면 채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5개 열이 나란히 놓이자 한 화면에서 내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이 페이지의 이름은 "즐기며 사는 인생"이었다. 내 인생의 모토 같은 걸 대시보드 이름으로 쓴 거다. 적고 나니 나름 뿌듯했다. 열 때마다 멋진 문장이 나를 맞이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쓰다가 제목을 "Home"으로 바꿨다. "즐기며 사는 인생"은 버리기 아까워서 제목 바로 아래 콜아웃 블록에 넣어줬다. 시간을 즐겨야 인생이 즐겁다. 모토는 모토대로 살려두고, 페이지는 제 역할을 찾았다.

바꾸고 나니 오히려 편했다. 집에 들어오면 현관에서 각 방으로 가듯이, Notion을 열면 Home에서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사이드바를 쓰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사이드바를 위아래로 훑으며 페이지를 찾았는데, 이제는 Home만 열면 갈 곳이 다 보인다. 대시보드가 잘 구성되어 있으니 사이드바를 뒤질 이유가 사라진 거다.


대시보드_스케치.png Notion 개인 대시보드


돌이켜보면 대시보드를 만든 게 아니라 만들어진 거에 가깝다. 페이지를 정리하다 보니 카테고리가 생겼고, 카테고리를 배치하다 보니 화면이 잡혔고, 자주 쓰는 걸 꺼내놓다 보니 대시보드가 됐다. 처음부터 설계한 게 아니라 쓰면서 다듬어진 구조다.

대시보드는 페이지를 모아놓는 곳이 아니었다.

자주 쓰는 걸 꺼내놓는 곳이었다. 그 차이 하나가 Notion을 여는 습관 자체를 바꿨다.


그런데 대시보드는 완성됐는데, 각 페이지를 열어보면 이야기가 달랐다.

영화 페이지에는 본 영화, 볼 영화, 감상 메모가 뒤섞여 있었다. 운동 기록은 날짜별로 페이지가 끝없이 늘어나고 있었고, 책도 마찬가지였다. 서랍 배치는 끝났는데 서랍 안이 어지러웠다.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그때 표 하나를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