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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빈수 Aug 15. 2022

주인님을 바꾸었습니다. - 이직 후기

그간 브런치에 소홀했던 이유입니다. 죄송합니다.

180일이나 브런치를 방치한 일에 대한 해명문

약 6개월 전인 지난 2월, 이직 서류를 제출하기 싫어서 썼던 글이 대박을 쳤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제 업무일지를 무려 4천 명이 봐주셨고, 25개가 넘는 라이킷을 남겨 주셨습니다. 딱 한 개의 글만으로 저를 믿고 구독해주신 분도 10명이 넘었습니다.

이렇게 감사한 성원에 대한 제 응답은 몹시 건방졌는데요. 무려 180일+a의 기간 동안 브런치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은 것입니다.

배은망덕하게 구는 저를 되돌리기 위해 브런치 앱에서는 꾸준히 알림을 보내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180일간 잠수를 탔던 일에 대해 해명해보자면, 그간 저는 이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직에 성공하게 되어, 오늘은 그간의 배은망덕한 행보에 대한 해명 겸 이직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직을 결심한 이유'와 '이직할 회사를 골랐던 기준'입니다. 세상에서 저 혼자만 하는 것도 아닌 이직에 대해 굳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For me) 새로운 회사에서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들춰보며 초심을 찾기 위한 목적

-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 이 회사에 왜 입사했는지 잊지 않기 위하여

2. (For you)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제 고민의 과정을 나누기 위한 목적


그래서 오늘의 글에 '이직 비결'이나 '이직 꿀팁'과 관련한 내용은 없습니다.

이직에 있어 좋은 방법이나 스킬이 무엇일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고,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나눠주시는 양질의 정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글을 시작해봅니다.




이직 결과보고

돈으로 시간을 사는 세상이므로, 여러분의 시간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3줄 요약 이후 과정을 적어보려 합니다.

* 규모: 국내 중견기업 → 국내 대기업
* 직무: 마케팅 → 마케팅
* 산업: B2B → B2C


※ 주의

아래의 글은 다소 장황하게 써 내려간 저의 고민 과정입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을 위한 글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써두긴 했지만,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실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은 아닐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직 고민-준비-실행의 5단계


1.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저는 꽤 오랜 시간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이직에 대한 여러 고민들을 하는 시간을 가졌고,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린 후에는 목표한 기업에 집중하여 준비했습니다.


짧은 경력이지만 첫 직장생활을 하며 저는 전보다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새롭게 알게된 스스로에 대한 정보입니다.


[내가 파악한 내 정보]

*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재미있어함.

* 일에서 좋은 성과가 났을 때 뿌듯함과 기쁨을 느낌.

* 성장했다는 게 느껴질 때 혼자 짜릿해함.

*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초과근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음.

* 새롭게 변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음. (새로운 기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새로운 트렌드 등)

*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짜고, 결과도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종류의 일을 좋아함.

* 동료들의 업무방식 중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라 하는 편임.

* 계속 이전에 하던 것만 반복하는 성격의 업무를 별로 안 좋아함.


여기까지 파악한 후 저는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다니고 있던 회사는 안정성/워라밸/급여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회사였지만, 제 성향을 고려했을 때 제게 딱 맞는 최선의 업무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의 회사로 옮겨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 어떤 회사로 옮겨야 하나?

앞서 파악한 정보를 '회사'에 대입해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기존 직장을 다니며 아쉽다고 생각했던 점도 함께 생각해보며 구체적인 기준을 적어보았습니다.


#성장

1) 지금 회사보다 더 큰 규모의 기업인가?

- 지금보다는 매출 규모가 크고 네임밸류도 있는 회사일 것

2)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인가?

- 더 이상 성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거나, 침체되어 가는 분야가 아닐 것

3) 성장을 유도하는 조직인가?

- 성장을 위한 지원을 해주거나, 적어도 구성원들의 성장을 표방하는 회사일 것

4) 배울 만한 동료가 많은 조직인가?

-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더라도,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싶음


#변화

1) 빠르게 변화하거나, 변화에 발맞추어야 하는 산업인가?

- 변화 없는 산업군에서 매번 유사한 일만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지겨움

2)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인가?

- 제품/서비스 기획 or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측면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제품/산업일 것


#관심사

1) 마케팅 직무인가?

- 나는 마케팅에 가장 큰 흥미를 느끼고, 영업/재무 등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으므로 직무는 마케팅일 것

2) 관심이 있는 산업/제품군인가?

- 마케팅은 결국 팔아야 하는 것이므로, 내가 잘 사용하지 않거나 크게 관심이 없는 제품/산업군은 아닐 것 (이 기준에서 화장품/패션/명품/유통 분야는 제외)

3)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품/서비스인가?

- 마케팅적인 시도를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이 관심 있는 제품/산업일 것 (이 기준에서 B2B 분야는 제외)


#급여/복지

1) 연봉 수준

- 지금 회사와 연봉이 유사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일 것. 연봉을 낮춰서 가진 않겠다!

2) 시설 및 복지

- 근무환경(시설)이 좋았으면 좋겠음. 그리고 지금 회사보다는 복지가 조금 더 많이 갖춰져 있었으면 함.



여러 기준을 세워보고,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기준을 선별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정말 중요한 기준들을 추가로 선별해 지원 기업을 필터링하는 최소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여기까지 완료하고 나니 저의 최애 기업이 두 개 정도 생겼습니다. 이제 뽑히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죠...



3. 어떻게 옮겨야 하나?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뽑힐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생긴 것인데요.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처럼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최애 기업을 몇 개 뽑아두었는데, 상대도 저를 원할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저에 대해 파악해보았습니다. 이전 단계에서는 정성적으로 저를 뜯어보았다면, 이번에는 정량적으로 저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달리 말해 '나의 객관적 스펙 파악하기' 혹은 '주제 파악하기'의 과정을 거쳐 보았습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것]

1) 일한 기간에 비해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실무경험이 있음.

2) 직장생활을 빨리 시작해서 경력기간에 비해 어린 편임.

3) 이름을 들었을 때 알 수 있는 기업에서 근무함.

4) 정량적 스펙만을 고려했을 때 크게 뒤처지지 않음.


[내가 자신이 좀 없는 것]

1) 현 직장이 B2B 분야라, B2C에서의 마케팅 실무 경험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함.

2) 이름을 들었을 때 알 수 있는 기업이지만, 굉장히 좁은 분야의 산업임.

3) 경력이 길지 않고, 중간에 업무가 한번 바뀜.

4) 수치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 경험은 많지 않음.

5) 크게 뒤처지지 않는 스펙이지만, 크게 주목받을 수 있는 스펙도 아님.


1차 주제 파악을 마치고 나서, 해당 요소들이 신입으로 지원했을 때와 경력으로 지원했을 때 각각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습니다. (신입 지원 시 / 경력 지원 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것]

1) 일한 기간에 비해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 실무경험이 있음.

(+) 다른 지원자에 비해 강점이 될 수 있음.

(-) 그래서 당신의 전문분야가 뭐죠?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음.

2) 첫 직장생활을 어린 나이에 해서, 경력기간에 비해 어린 편임.

(+)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도 무리 없는 나이임.

( ) 장점도 단점도 아님.

3) 이름을 들었을 때 알 수 있는 기업에서 근무함.

( ) 그냥 참고사항이 될 수는 있음.

( ) 더 크고 유명한 회사의 재직자들도 경력직으로 많이 지원할 것이므로 특별한 플러스 요소는 아님.

4) 정량적 스펙만을 고려했을 때 크게 뒤처지지 않음.

(+) 서류에서 점수가 깎이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 ) 경력직 채용에서는 스펙보다 어떤 일을 했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음.


[내가 자신이 좀 없는 것]

1) 현 직장이 B2B 분야라, B2C에서의 마케팅 실무 경험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함.

( ) 어차피 신입 채용이므로 실무 경험의 유무 자체가 선발 기준은 아님.

(-) B2C 경력은 없으시네요?라는 공격이 들어왔을 때 방어하기 어려움.

2) 이름을 들었을 때 알 수 있는 기업이지만, 굉장히 좁은 분야의 산업임.

( ) 그냥 참고사항이 될 수는 있을 듯. 크게 관련 없음.

(-) 해당 산업에 대한 직무지식이 지원 회사의 분야에도 적용이 될지 알 수 없음.

3) 경력기간이 길지 않고, 중간에 업무가 한번 바뀜.

( ) 신입 채용이므로 크게 상관없음.

( )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력직이라고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있음.

4) 수치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 경험은 많지 않음.

( ) 실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선발 기준은 아니므로 큰 관련 없음.

(-) 경력직으로서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증빙을 하기 어려움.


2차 주제 파악을 거친 후, 지금의 제 상황에서는 신입으로 옮기는 편이 훨씬 유리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력을 포기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신입으로 이직할 수 없을 만큼 긴 경력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경력기간에 비해 어린 편이라는 강점을 살리기에는 신입 이직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갓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일 때와 달리 지금은 어느 정도 실무자관점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강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일종의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4. 기업별 전형 준비(서류-인적성-면접)

그 이후는 일반 구직과 동일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만 원서를 난사(?)하던 첫 취준 때와 달리, 정말 가고 싶은 소수의 기업 위주로 지원했기 때문에 각 단계의 전형에서 더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 서류 - 최근 기사 탐색 후 해당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키워드를 파악하고 서류에 녹여내기
* 인적성 -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모의 테스트 응시, 약점 분석
* 면접 - 산업/기업 분석 및 예상 질문 목록에 대비하기 (★특히 이직 사유)
서류 준비 및 인적성 공부
면접 준비 (산업분석 tool: '인싸담당자' 참고 / 면접준비: 네이버 '희요'님 블로그 참고)
직장과 병행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5. 현 직장 퇴사

마지막 단계는 바로 짜릿한 퇴사입니다. 퇴사 선배님들의 조언에 따라 아래 사항들을 준비했습니다.

생각보다 준비할 서류도 많고, 함께 일했던 분들께 인사드리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서 퇴사 직전 3주를 가장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1) 퇴사 통보: 팀장님 면담 (+임원 면담)

- 퇴직사유(이직) 및 퇴직 희망일 상의

2) HR팀 면담

- 퇴직사유 면담 및 퇴직절차 문의

3) 인수인계서 작성

- 현재 진행 중인 업무 및 과거 진행했던 업무

4) 퇴직 서류 준비

5) 팀 선물 사기 & 돌리기




새로운 주인님을 기대하며

여기까지 180일간의 공백에 대한 해명을 마칩니다. 이렇게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저는 새 회사의 첫 출근일까지 시간이 조금 있어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소식을 들은 주위 분들이 제주도 한 달 살기/유럽여행/방탕하게 살기(?) 등 여러 가지를 추천해주셨는데요, 현재는 긴 여행을 추진할 에너지가 없어서 짧게 짧게 국내여행을 다니는 중입니다.

(제 이전 글을 보셨다면 짐작하셨겠지만... 게으른 저에게 긴 여행은 너무 무리한 과제입니다.)


휴식기인 만큼, 그동안 제 머릿속에서만 뱅뱅 돌고 있었던 여러 주제들에 대해 브런치 글도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염치없는 발언이지만, 앞으로의 글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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