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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Aug 01. 2023

보정명령과 지인대출을 받았습니다.

임차권 등기명령, 계약 종료가 필수조건이었음을....

지난 금요일,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에 갔다.

구구절절 사연설명을 하고 전세계약서까지 준비했으나 결과는 실패. 기존 신용대출금액이 워낙 크고 DTI와 DSR 모두 위험(작년 휴직으로 근로소득이 확 줄어들었고 현재 월급 역시 시간선택제 전환으로 줄어들어 있기 때문)하여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덧붙이길 이런 상황에선 어느 금융권에서도 같은 이야길 할 거라며 HF에 알아보라 했지만, HF는 전세계약 종료일을 1개월 이후로 설정하여야 신청 가능하므로 현재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절망하며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뒤차와 내 차가 붙어있다.


아까 분명 뒤에 차가 없었는데...?

1톤 탑차 후진하며 뒤 범퍼를 가격한 것.

오전 10시 45분 한낮 더위에 바깥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불쾌지수 200%의 상황에 어이가 없어 혀를 차며 사진을 찍던 차에 차주가 나타났다.

차주 되시냐, 주차하시면서 제 차 뒤 범퍼를 충격했다는 말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쪼그려 앉아서 범퍼 확인을 하 자기가 한 것이 맞다고 시인하더니 대뜸 화를 내지 말란다.

기가 차서 사과가 먼저 아니냐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고 받아치니 "당신은 아버지도 없냐"라고 대꾸한다.

"아버지야 있지만 당신처럼 경우 없는 사람을 아버지로 두진 않았다"라고 대거리하자 법대로 하라며 큰소리치더니 싸가지가 있네 없네 타령을 하며 현장을 이탈한다.

어째 요즘 법 좋아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지..

112로 교통사고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경찰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상황설명을 했다.

경찰관이 탑차에 적힌 연락처에 전화를 해 현장에 다시 나타난 아저씨는 다시 큰소리를 친다.

사고 처리 방법에 관하여 여러 가지 설명하고 내 입장을 얘기하려는 찰나, 자기 말만 하며 현장을 이탈하려 한다.

맘대로 하라고, 과다청구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경찰관의 설명도 채 듣지 않고 가버린다.

경찰관이 이쪽으로 오시라고 그냥 가셔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하게 얘기하니 경찰관에게도 화내지 말란다.

본인의 행동은 개의치 않고 말 꼬투리만 잡는 소위 GJS.

(Gae Jin Sang이라고 쓰고 약자로 읽는다)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으니 교통사고 처리를 하는 좋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날도 더운데 참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를 건네며 찝찝함과 불편한 마음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송달문서가 도착했다는 메일이 온다.

보정명령은 전자소송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하니 월요일에 확인하기로 한다.


대출 하나 믿고 시작한 이 여정이 첫걸음도 떼기 전부터 벽에 가로막힌 것 같아 앞이 캄캄했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세입자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대강의 상황설명을 하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상황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린다고 통화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전화 한 번 드리겠다고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입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해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 화를 버럭버럭 냈다. 거듭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했으나 한참을 떨며 분노하더니 자기는 8월 4일 날 받아서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겠으며 아닐 시 본인도 똑같이 임차권등기 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끊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늘어져있는데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은행에 갔을 때 조카가 이모에게 전화해 달라고 떼를 부려서 통화하다 우연히 알게 된 은행 대출 방문 결과를 묻는데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왔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로 누구에게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혼자서 악으로 깡으로 이 악물고 버텨오던 시간들이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동생은 울지 말라고 달래며 8천만 원 마이너스통장이 있으니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위로했다.

평소 절친한 소장님 사모님께서 농협 지점장님으로 계시니 알아보겠다 괜한 걱정 시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끊었다.

전에 간단하게 상담을 받았지만 이율이 높아 걱정해 주시며 그래도 필요하면 해줄 테니 언제든 얘기하라고 말씀해 주셨던 터라 문자로 이러저러한 상황을 얘기하자 월요일에 연락 주시마고 답해주셨다.

얼마 후 동생은 제부에게 얘기했더니 자신들 빚을 다 상환해서 여유가 되니 집 담보대출이라도 받아 처형을 도와주자고 한다며 다시 전화해 왔다.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순 없다고 월요일 먼저 농협대출을 알아보겠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영혼이 가출한 채 주말이 흘러갔다.

일요일 저녁 홀로 앉아 울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영혼의 반쪽처럼 지내는 친구가 떠올랐다.

평소 도움을 요청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힘든 시기가 지나면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정리해서 얘기하던걸 무척 서운해하며 힘들면 기대라고 따뜻하게 얘기해 주던 내 오랜 친구...

용기를 내 전화를 걸어 이러이러한 일들을 겪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한 발 앞서 내 감정을 헤아리고 읽어주며 혼자 얼마나 마음고생 많았느냐고, 나중에 이사 가려고 모아둔 5천만 원이 있으니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따뜻하게 보듬어주었다.


월요일 일찍 출근해서 보정명령서를 확인하자 주민등록초본과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서둘러 검색하니 임차권등기명령은 <계약종료>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한 절차였다.

보정제출기한은 일주일인 8월 4일, 종료일과 동일하기에 기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제출기한 연장신청을 했다.

임대인으로서 계약한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하여 임차인에게 내주어야 할 대출도 같이 알아봐야 해서 부득이 연장신청을 하는 것이니 사정을 헤아려달라고 8월 8일까지 성실하게 보정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제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알아본 농협대출 역시 어렵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담당자가 휴가 갔을 때 전화로 얘기했을 땐 된다고 했지만 오늘 출근해서 서류를 점검하고선 주택담보대출을 국가에서 깐깐하게 규제해서 아무래도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것.

사모님께선 미안해하시며 자신이 아무리 지점장이지만 담당직원의 의견을 묵살해 가며 억지로 할 순 없다고 말씀하셨다.

마지막 보루였던 농협대출마저 막히자 설움이 북받쳐올라 울먹거리며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다.

사모님께선 소장님 앞으로 마이너스통장 5천만 원이 있으니 빌려주시겠다고 덧붙이셨다.

"같이 근무할 때 그이한테 그렇게 잘했다면서요~ 그이가 꼭 해주라고 했어~ 내가 개인적으로라도 알아봐 줄게 울지 말고 힘내요 잘될 거야~" 라며 거듭 위로해 주셨다.

"아니에요 사모님 제가 뭐라고 그런 신세를 져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 안 돼요 제가 더 알아볼게요 심려 끼쳐 죄송해요"

라고 대답하자 "안돼 그럼 내가 그이한테 혼나 얘기한 금액 내가 책임지고 만들어줄 테니까 울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라며 전화를 끊으셨다.

아... 진짜 이런 내가 뭐라고 그렇게 선뜻 큰돈을 빌려주시나 감사한 마음보다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소중한 인연들의 도움으로 거의 완성된, 임차인에게 지급할 마지막 필요 금액은 5천만 원.

지금 전세 준 내 집을 다자녀특별공급으로 청약하여 당첨된 걸 내가 잘 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양도해 준 소중한 친구.

식당을 운영하며 바쁘게 지낼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정을 얘기하자 알아보고 곧 연락 주겠다고 잠깐 기다리라는 답장이 왔고 이내 8월 2일에 입금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다 해결되었다는 안도감과 내 소중한 인연들에게서 받은 이 큰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생각하니 감정이 벅찼다.

사모님께도 얘기했던 금액을 만드셨다며 다시 전화가 왔고 저도 친구에게 빌렸다고 대답하자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아... 이번에도 나에게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을 주셨구나...

반환해야 할 2억 8천만 원 중 2억 3천만 원을 지인 대출로 가능케 해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더욱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새겼다.


나도 내 귀한 인연들에게 그들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두고두고 살며 더 잘하는 걸로 보답해야지.

보잘것없는 날 위해 그렇게 큰 용단을 내려준 그들을 위해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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