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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Aug 18. 2023

네, 다음 사고 어서 오시고요~

전세금 지급명령, 전자소송으로 신청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평생 겪을 사건사고가 생길 수 있나?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요 며칠 글을 쓰지도 못할 만큼 연이은 사건사고로 인하여 결국 탈진했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 겪은 일을 열거해 보자면


7월 22일 - 임대차계약종료 2주 남기고 전세금 10월에

                      받아나가라 선언

7월 24일 - 4명의 임대인에게 내용증명 발송

7월 27일 - 임차권등기신청

7월 28일 - 금융권 대출 불가 확인 및 주차장 접촉사고

7월 31일 - 임차권등기 보정명령 하달,

                      보정연장신청서 제출

8월 2일 - 지인 대출 완료 및 주행 중 후방차량의  추돌사고               

                    (딸과 함께), 차체까지 밀리며 부서진 충격으로

                     4일간 입원치료 및 현재까지 통원치료 중

8월 4일 - 내 임차인에게 전세금 반환, 임차인 퇴거

8월 7일 - 임차권등기 보정서 제출

8월 8일 - 임차권등기 결정

8월 9일 - 임차권등기 완료

8월 10일 - 에어컨 배수관으로 역류한 물로 임차한 집

                      곳에 워터파크 개장

8월 11일 - 이사준비 및 이사 갈 집 청소

                      (미취학 아들 둘을 키워 집이 엉망진창)

8월 12일 - 이사

8월 14일 - 전기, 가스, 수도요금 정산

                      주소지 이전 및 퇴거사실 통보

8월 16일 - 2023차전 000 전세금반환 지급명령 민사사건

                      전자소송 제출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구나....

교통사고는, 전셋집 상태를 임차인 퇴거 전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는 동생의 말에 퇴근 후 딸아이와 함께 동생네 집에 가는 길이었다.

조카 둘을 잠깐 딸아이에게 맡기고 동생과 함께 집을 보러 가려던 계획이었는데 급정거를 하는 앞차에 놀라 브레이크를 깊게 눌러 밟는 순간 뒤차가 '쿵' 하고 대차게 들이받았다.

깜짝 놀란 딸아이는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고 생애 가장 큰 교통사고를 겪고는 심장이 쿵쿵 뛰고 너무 놀라서 그 당시에는 아픈 줄도 몰랐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는 시간이라 차가 많은 데다 약 50미터 후방에서 같은 시간에 트럭과 승용차들의 연쇄추돌사고가 나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 시간에 퇴근 중이던 제부에게 딸아이를 먼저 태워 보내고 사고 뒷수습을 하고 대차해온 차를 받아 엉망인 집상태를 확인했다.

아무리 아들 둘을 키운데도 상식선을 한참 벗어난 집에 할 말을 잃었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이 없었고 자고 일어나니 온몸 곳곳이 아파오는 데다 딸 역시 통증을 호소했다.

할 수 없이 병원에 입원하여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맞으며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다.

뒷차가 아래쪽으로 들어가 차를 들어올리듯 추돌하여 충격이 덜했다

태풍 카눈이 바꾼 바람의 방향으로 배수관을 통해 물바다가 된 전셋집을 보니 기가 차서 눈물도 안 났다.

이 정도면 내가 죽어야 끝이 나려나 싶은 불행의 연속에 내가 졌노라고 무릎 꿇고 싶었다.

카눈이 북상하는 날, 집 안에워터파크를 개장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내기위해 설치한 대형욕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피난 가듯 이삿짐을 려니 끓어오르는 서러움이 눈물로 넘쳐흘렀다.

가서 정리하자며 마음을 가다듬고 2년여 만에 돌아온 내 집에 대강의 짐정리를 하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어떤 일을 마주쳤을 때,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역량이 드러난다.

전세금 반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선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임대인을 꼭 반드시 참교육 해주고 차후에 나와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폭풍검색으로 손품 열심히 팔아 법무사나 변호사의 도움 없이 모든 절차를 스스로 겪어 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23년 7월 19일 개선된 임대차보호법 시행마저 도와줘 임대차등기도 며칠 만에 끝마쳤고 전세금반환 지급명령도 두 시간 만에 제출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실패 앞에  무너졌을 때 소중한 인연들에게 요청한 도움에 기꺼이 손 내밀어 준 그들의 선의로 인해 내 임차인을 무사히 내보내고 내가 계획한 임차권등기 설정과 전세금 지급명령 절차까지 수월하게 넘어올 수 있었다.

바쁜 일정에 가벼운 접촉사고와 큰 추돌사고가 났지만, 딸아이까지 같이 타고 있었던 와중에 더 크게 다치지 않고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감사드렸다.

에어컨 배수관 역류건 역시 공인중개사를 통해 건축주에게 빠르게 연락해서 임시로 막아 이미 들어온 물이 다 빠져나오고 난 후 조치하겠다는 얘길 들었고, 이사 나오는 날엔 몇 방울씩만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 나왔다.

임차인이 미취학 아들 둘을 키우느라 엉망진창이던 집은 거듭 깨끗이 청소하고 내 짐을 들여놓으니 전에 살던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고 물건을 뒀던 자리에 다시 채우며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급명령결정이다. 인용된다면 얘기했던 10월까지 기다려보고 그때에도 지급받지 못한다면 강제집행절차를 알아보고 그래도 반환받지 못한다면 후속절차를 강구할 것이다.

누군가 이의신청으로(그것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들에게 그런 자료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넘어간다면 그에 맞게 대처하면 될 것이다.


인생은 참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살면서 점점 더 깨닫게 된다.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사건들은 아마도 주님께서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가 아니고서야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계획 아래 일어났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래, 나와 내 가족들이 이렇게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는데 이겨내지 못할 일이 무엇일까.

단단하게 버티고 서서 이겨내자.

결국 모든 것이 다 지나간다.

Hoc quoque transi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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