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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Sep 07. 2023

민사소송 접수.

Final stage : Civil procedure

8월 31일, 2023 가단 00000 임대차 보증금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예상대로 내용증명부터 임차권등기결정문까지 단 한 번도 송달받지 않은 대리인이자 법대로 하라던 철면피 임대인이 지급명령서 역시 폐문부재로 송달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민사소송을 각오하고 있었으니 더 미뤄야 할 이유가 없어 전자소송으로 서둘러 사건을 접수했다.

지급명령의 청구취지와 원인에서 당사자와 내용을 조건에 맞게 수정하고 보정명령이 내려오지 않도록 여러 차례 점검하며 증거와 첨부서류를 꼼꼼하게 챙겼다.

약 130만 원의 인지료와 송달료를 납부할 땐 속이 쓰렸지만, 교육비라고 여기기로 했다.

수백만 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아낀 게 어디냐! 전자소송으로 수수료 10% 할인도 더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임대차 보증금 청구의 소장

9월 1일 접수에서 멈춰있기에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는데 9월 4일에야 민사 단독사건으로 배정되었다.

사건이야 들어온 순서대로 처리하는 게 절차인걸 알아도 더딘 진행에 애끓는 심정은 가라앉히기 힘들다.

배정이 이리 늦어서야 어느 세월에 송달되려나 늘어나는 걱정만큼 한숨도 깊어졌다.

그러다 어제 아침 전자소송으로 확인해 보니 9월 4일 자로 소장부본/소송안내서/답변서요약표가 송달되었다며 진행내용에 올라와있다.

보정명령 없이 한 번에 진행되다니!! 엄청난 쾌거다.

이제부턴 진짜 소송전이다.

그리고 나의 목표도 소송이었다.

이 일이 아니었으면 언제 민사사건을 경험해보랴 싶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험한 일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자기세뇌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감당할 만했다.


하지만 어제 오후, 지급명령서 폐문부재 불수취건으로 주소보정명령이 다시 내려왔다.

하아... 변동이 없을게 뻔한 주민등록초본을 새로 발급받아 추가되는 특별송달료(53,500원)와 제출해야 한다.

이쯤 되 독기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채워지는 기분이다.

그래 어디 한번 계속 버텨봐라, 경매에 강제집행에 재산명시 통장 압류에 채무자 감치 끝까지 한 번 가보자.

어두운 표정으로 심각하게 앉아있는 나에게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건다.


"글쎄.. 지금 돈을 얼마를 못 받았는지 모르겠지만(분명히 얘기했다, 것도 얼마 전에!) 내가 10% 정도는 손해 본다 치고 전문가한테 맡기고 이 일에서 빠져나와야 행복할 수 있어."

"아... 뭐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면 그때는 한번 해볼게요. 제가 지금은 이렇게 안 하면 분해서 잠도 못 잘 것 같으니 이렇게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워요"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면 이젠 방법을 바꿔보는 것도 좋아"

깜빡이도 없이 이렇게 확 선을 넘어서 들어오는 비매너 감당은 여기까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고요? 전혀 아닌데요? 평생을 다 해도 제 뜻대로 산지 채 10년이 안 됐어요"  올라가는 언성과 혈압을 애써 붙잡는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눈치챈 직원이 "아니, 나는 다른 뜻은 없고 마음지기가 행복하길 바라서 하는 말이야"라고 무마한다.

"행복은 개인의 몫이죠, 누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행복해지고 행복해지지 않길 바란다고 불행해지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일갈하니 그제야 입을 다물고 물러선다.


정말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우리 회사가 갈수록 지긋지긋하다.

더 날을 세운 무표정으로 보호막을 세운다.

내가 입사하기 이전으로 퇴보하는 회사에 지금 내 상황까지 버티기엔 자꾸 지친다.

이제 민사소송 시작일 뿐인데 벌써 이러면 안 되지...

나약해져 가는 나를 다시 잡아본다.

주님,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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