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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기 Aug 25. 2023

지급명령정본이 발송되었습니다

확정이냐 민사본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드디어 24일 자로 지급명령이 결정되었다.

8월 16일에 신청하고 두 번의 보정명령 끝에 어렵게 얻은 결과물인지라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돌고래비명을 질렀다.

첫 번째 보정명령은 아무리 읽어봐도 제출한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고 내려보낸 느낌이 강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상담 예약을 하고 자문을 받아보았다. 제출한 서류를 보여드리며 조스럽게 낸 나의 의견에 동의하시며 별지계약서로 인정된 임차권등기 결정문을 첨부서류로 제출해 보라 하셔서 그렇게 제출한 첫 번째 답변서 통과.

두 번째 보정명령은 중복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변경서에 대한 수정 요구였고, 답변서를 제출하고 담당자에게 전화가 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다듬어 다시 제출하면 그대로 결제를 올리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서둘러 제출한 게 어제 오후.

지급명령이 이렇게 빨리 정리될 줄이야!!

남은 절차는 이의신청 없이 2주 후 확정되거나, 2주 이의신청으로 전세금반환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것 중 하나.

인지료가 10배로 뛰고 변호사비용도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까 모르겠지만, 그저 묵묵히 준비하는 것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불평하지 말자면서도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개인정보유출 주의 문구를 포함하여 다 가린 지급명령


왜 사람들이 송사에 휘말리지 말라는 말을 하는지 몸소 겪는 입장이다 보니 사건자체가 어렵고 힘든 것보다 법원에서 내려오는 송달문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보정명령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증거자료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피로도가 높다는데서 깨닫게 된다.


이번 집이 전세로는 세 번째였음에도 큰돈을 전세금으로 내맡겼던 건, 전에 살았던 전셋집 주인들이 건물에 같이 거주하며 건물 관리까지 잘해주셨고 나올 때 전세금 반환의 문제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제 전세금 반환을 받지 못한 건물은, 경기도에서 온 건축주(건물주이자 채무자 중 1인)가 수도권에서 유행한다는 고급형 빌라를 표방하여 비싼 자재를 쓰고 테라스 공간을 만들어 특히 여자를 혹하기 좋은 형태이다.

그러다 보니 빌라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가장 좋은 아파트 값과 비슷한 수준이라(처음 분양가는 이보다도 8천만 원 가까이 더 높았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아 지금 수준으로 낮췄다고 한다) 들어가기 전부터 주변에선 전세금을 못 돌려받을 수 있으니 아파트로 가라는 얘길 많이도 했다.

하지만 테라스에 홀랑 빠져버린 나에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고, 건물에 잡힌 금융권의 근저당 역시 계약하며 해제하는 조건을 내걸었기에 그 말만 믿고 덜컥 계약해 버린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입을 빌어 말하자면 내가 내 무덤을 팠다할지 아니면 내 팔자를 내가 꼬았다고 해야 할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 사건사고의 뒷수습이다 보니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데 재능 있는 편이다.

누가 잘못했는지 원인제공자를 찾는 것보다(물론 경찰관으로서 업무를 해야 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그땐 시비를 제대로 가린다) 일단 빨리 뒷수습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어려서부터 동생보다 17개월 먼저 태어난 탓에 무수한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혼나며 살아와서 그런지 "이걸 왜 이렇게 했느냐?"라고 물으면 경기날만큼 그 사람이 싫어진다.

왜냐니, 그때의 나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했던 것을 일부러 한 듯 나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밑아닌가?

그러니까 누군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면 일이 해결되는 상황이 아닌데도 너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쉽게 남 탓하는 사람을 주변에 가까이 두면 이런 피해의식이 생긴다.

안타깝게도 내가 속한 조직은 이런 부류가 대부분이다.

가족도 뭐, 딱히 다를 건 없다.


그렇다 보니 마음을 다잡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결정도, 흔들리지 않는 것도, 쓰러지지 않는 것도.

이 역시 어쩌다 만난 사고와 같은데, 전부 내 잘못인 듯 몰아세우며 쉽게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받는 상처마저도.

그럴수록 말을 아끼고 홀로 고민한다.

위로보다 상처가 될 뿐인 말을 피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기 위해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밥과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고 짐정리도 꾸준히 한다.

책 읽는 시간은 줄이고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며 나를 계속 피곤하게 만들어야 겨우 잠을 잘 수 있다.

마음고생 탓에 급격하게 늘어난 새치와 어두워진 혈색에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의 거울 속 내가 참 낯설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봐야지.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며 애써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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