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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나물

건강한 여름을 기다리며

by 김학이


요리고수인 시어머니의 음식 중 맛깔난 나물은 꼭 배우고 싶은 메뉴였다. 고사리나물, 취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시래기나물 등 각종 나물을 무치실 때는 무슨 비법이 있나 어머니의 손끝을 부지런히 따라가며 눈으로 레시피를 저장했다. 완성된 나물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이 나고 한 젓가락 가득 집어 먹어도 짜거나 느끼하지 않아 먹다 보면 어느새 밥이 바닥을 보인다는 것!


건가지, 고사리, 무나물


전수해 주신 중요한 팁은 나물을 졸일 때 멸치육수를 쓰신다는 것! 정확하게 계량할 수 없는 양념과 세월이 쌓인 어머니의 손맛이 있기에 완벽하게 따라 할 순 없지만 무침이나 볶음류에는 나도 멸치육수를 꼭 넣게 되었다.


우리집 깨담당 둘째, 완성품 이웃께 배달!


육지에서 어머니들께 공수받던 음식들의 빈자리를 내 손으로 채우고 있어 힘들면서도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공이 쌓이고 있는 것 같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야심 차게 묵나물과 무나물 도전!

특히 제주고사리는 연하고 맛있기로 유명해 이웃들께서 주신 말린 고사리로 만들어봤다.

고사리는 딸들이 좋아하는 반찬이라 자주 볶는 편이다. 지금까지는 삶아진 고사리를 사서 볶았는데 말린 것은 전날 불려두고 큰 냄비에 오독오독 씹힐 정도로 삶아서 물기를 빼놓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마늘과 파를 볶다 삶아 둔 고사리를 넣고 멸치육수를 한 컵 넣어 졸인다. 간은 국간장을 조금씩 넣어가며 맛을 보고 매실액도 넣어준다. 중불에서 계속 뒤적이며 볶아줘야 식감이 살아있는 나물이 완성된다.


무를 최대한 곱게 채 썰어 볶다가 국간장 또는 참치액으로 간 하고 생강을 티스푼 하나 정도 넣으면 맛이 확 살아난다. 들기름 듬뿍 넣어 마무리 해주면 끝.

겨우 나물 세 가지에 하루 종일 씨름하느라 허리가 아프지만 보드라운 나물들 맛있게 먹어주는 딸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 집에 복이 들어오는 것 같다.


올여름도 건강하게 부탁해!


흑미밥 된장찌개 곱창김과 나물, 우리집 진수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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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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