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욕과 도시락, 작은 여유가 있는 일상

암환자를 살리는 심리상담 이야기


방사선 치료를 하는 동안은 상담을 계속했었다. 나는 상담사에게 일을 그만두었더니 여유롭다고 얘기를 많이 했었다. 시간이 많으니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상담사는 이렇게 여유가 있어야 창의적인 생각도 들고 더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르는 법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나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살았구나.

정말 분주했던 일이 확 빠져나가자 무료하고 고요한 일상 중에 가끔 꽤 반짝이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동안은 엄두가 안 나던 일을 해볼까 싶은 용기도 생겼다. 진짜 '여유가 있어야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구나' 절실하게 느꼈다. 그러면서 창의적이고 행복한 백수가 되기로 했다.


상담사는 작은 팁으로 온천욕을 권했다. 상담사님도 시간이 빌 때는 온천에 가서 종종, 꽤 정기적으로 온천욕을 한다고 하면서 온천이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됨을 말씀해 주셨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들었는데 실은 대중탕에 가기가 좀 난처한 점이 있었다. 부분절제를 했다고 해도 가슴에 선명히 남은 수술자국이 나를 주저하게 했다. 그런데 이 상담사의 조언을 실천할 계기가 왔으니 바로 '가족탕'이었다.


집에서 차로 몇 시간만 가면 예전에 꽤 이름을 날렸던 온천 지역이 있다. 부곡하와이라고 예전에 쇼와 공연도 하고 실내수영장도 있고 그 당시에는 인기가 워터파크 저리 가라였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그 주위에 온천물이 나오는 호텔들이 제법 있었다. 어쩌다 남편이 휴가를 받은 날 우리는 같이 온천에 갔다. 커다란 조적식 욕조는 조금 거짓말 보태면 수영을 해도 될 정도였다. 유황이 포함되었다는 온천물을 만끽하며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부터 온천에 재미를 들여서 틈만 나면 가까운 온천을 찾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도 제법 온천이 많이 있었고 온천나들이는 꽤 좋았다. 몸에도 마음에도 말이다.




woman-8438999_1280.png

그리고 상담사는 본인의 누나 이야기를 해주셨다. 혈압이 높아지면서 도시락을 싸 다녔다고 한다. 파프리카, 고구마, 토마토 등 몸에 좋은 채소 위주로 도시락을 싸서 다니면서 건강관리를 했더니 혈압이 정상으로 낮아지셨다고 한다.


그래. 건강에는 먹는 것 관리가 우선이지. 백번 맞는 말이다. 나도 암진단 이후 조합원 탈퇴했던 생협이며 초록마을이며 한살림이며 이런 매장들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외식을 가급적 줄이고 먹을 때도 한식 위주로 먹기, 시간이 될 때는 청국장이며 흰살생선이며 건강식으로 먹기 등등을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워킹맘으로 지내며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건 포기하고 살았다. 일해야지, 공부해야지, 애 키워야지, 살림해야지 그 많은 역할들 중에서 나는 살림을 포기했다. 청소는 도우미 이모를 부르고 반찬은 사 먹었다. 건강보다는 효율이 우선인 삶이었으니까.


다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면서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임을 새삼 느꼈다. 점심 먹고 돌아서면 저녁을 준비해야 했다. 오후에 시장 한번 다녀오면 하루가 후딱이다. 이거 뭐 밥 해 먹는다고 하루가 다 가겠네 싶을 정도다.


이젠 나를 위해 장을 보고, 신중히 재료를 고르고 음식을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먹는 것에 마음과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삶이 된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작고 사소한 일상의 여유가 삶을 지탱하는 기본이 되는 것임을

암을 진단받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캡처.PNG


이전 11화내 인생, 잠시 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