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트레이더이다
나는 다국적 상사에서 한국시장을 담당하는 커피 트레이더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이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직업이기도 하고, 혹시 이 일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한 번 짧게나마 정리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트레이더란?
간단명료하게 표현하자면, 이윤을 남기려고(to make a profit) 커피 생두(green coffee)를 파는 사람이다. 물론 이렇게만 정의하기에는 트레이더가 하는 일이 무수히 많지만, 이것이 가장 본질적이고 명확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커피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커피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카페를 통해서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원두커피를 파는 사람들도 트레이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원두커피를 파는 사람도 광의의 표현으로는 Trader(상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broad 한 표현을 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쓸 글에서는 가능한 협의의 커피 트레이더에 대한 이야기와, 그중에서도 커피 생두 트레이더(Green Coffee Trader)라는 직업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협의의 커피 트레이더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협의의 커피 트레이더라고 한다면, 헷징을 위하여 선물시장(Futures Market)에서 커피 선물(Futures)을 사고팔고, 또 현물시장(Physical Market, 실제로 현물시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는다.)에서 현물인 커피 생두를 커피 산지에 있는 수출자(Shipper)로부터 사서, 그 커피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말한다.
커피 트레이더는 본인이 위치한 국가 혹은 지역(geographic)에 따라서 역할이 조금 다를 수 있고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수출국(산지) 트레이더(Origin Trader) : 커피 산지에 거주하며, 커피 산지를 관리하고 커피 생산자 및 가공업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커피를 수매하여 전 세계적으로 현물인 커피를 판매한다.
- 수입국 트레이더(Destination Trader) : 주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선진국들에 거주하며, 수출국 트레이더로부터 커피를 구매하여 자신의 고객들에게 커피를 판매한다.
-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새의 트레이더가 있지만, 이 두 형태가 가장 많다.
트레이더들은 사고파는 일을 모두 하기 때문에 buyer가 되기도, seller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기업 구매팀 업무와 영업팀 업무를 모두 한다고 볼 수 있다. 선물이든 현물이든 기본적으로 취급하는 최소 단위가 25,000 USD 정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두 업무 중 한쪽이라도 소홀히 하거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눈에 보이는 커피 생두를 사고파는 것뿐 아니라, 선물시장에서 선물을 사고팔아야 하는 매우 다이내믹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트레이더들을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경우가 있을 텐데, 커피 트레이더들도 그와 비슷하게 수시로 선물을 사고팔기 때문에 긴장감이 넘친다. 필자의 경우도 몇십조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부터, 직원 월급도 주기 힘든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업무현장에서 다양한 포지션으로 근무를 해봤지만, 트레이딩 업무만큼 분주한 업무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커피 트레이더는, 커피 생두와 관련한 구매+영업+트레이딩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 줄 요약을 할 수 있다.
물론 더 감성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고리"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며
사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는 와이프가 아닐까 생각한다. 와이프가 트레이더라는 직업에 대해 커피 업계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 궁금해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어 이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에 대하여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 커피 트레이더는 무슨 일을 하는가?(상기에 너무 두서없이 기술한 것 같아, 보다 명료하고,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 커피 트레이더의 업무 환경 및 조건(보상)
- 커피 트레이더가 갖추어야 할 자격 : 기술/경험/경력 등
- 커리어 로드맵 등
지금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며 적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메일들을 처리하면서 적어 놓은 이 글이 훗날 나에게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리마인드 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도 멋진 트레이더가 더 나오길 기대하며.
2020년 2월 9일, 23시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