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ngsu Siris Woo Apr 24. 2020

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에 대하여 part 3

커피 트레이더의 업무 환경 및 조건(보상)

지난 part 2에서는 간략히 커피트레이더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적어봤으니, 그러한 일들을 하는 트레이더의 업무환경과 보상등은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산지 트레이더(Origin Trader)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가 아는 것이 많지 않아, 가능하면 수입국 트레이더(Destination Trader)에 대해서만 소개하고자 한다.



트레이더라 쓰고 멀티플레이어라 읽는다


커피 트레이더는 기본적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미팅이 잦고 커피라는 농산물의 샘플들을 매일 같이 다루기도 한다. 물론 모니터 앞에서 수많은 전화 통화를 하며 이메일을 작성하며, 비효율적인 자사 ERP에서 헤매다가 엑셀로 모든 것을 작업하게 되는 영업/구매직들과 큰 차이는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과 다른 트레이더들을 본 바에 의하면, 커피 트레이더라는 직업은 정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그냥 앉아서 키보드만 두들기거나, 외부에서 고객 하고만 시간을 보낸다거나, 연구실에서 샘플 분석을 한다거나 하는 정해진 업무 환경 내에서만 일을 수행하는 직업이 아니라, 본인의 initiative와 고객의 성향에 따라 업무의 동선이 넓게 확장되는 동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꼭 언급하고 싶다.


물론 트레이더의 포지션, 성향, 그리고 회사의 방향성 등에 따라 트레이더가 해야 할 업무의 범위가 더 축소될 수 도 있고 확대될 수도 있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는 일반 다국적 상사들과 달리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자부심이 강한 회사여서 트레이더들에게 강하게 커피 컵핑/샘플링에 대한 강조를 하고 있어 아무리 바쁠 때에도 내가 직접 샘플 로스팅을 돌리고, 밤늦게까지 컵핑을 해야 할 때도 많다.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 친구들이 어떠한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고 궁금해하는 것은 처우/보상(salary package)이 아닐까 한다. 나도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이러한 금전적 보상이 입사지원 고려대상이었고 이 부분을 무시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 어떻게 트레이더로 입사지원/이직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이따금씩 받아 아래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트레이더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대기업 상사처럼 공개채용이 있지 않은 외국계 상사들은 신입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트레이더 포지션은 특히 그렇다. 왜냐면 신입 트레이더는 장기간 교육을 받지 않으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커피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대표적으로 스위스)은 신입 트레이더를 채용하여 1년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이수하게끔 한 후 업무에 투입시킨다. (매우 부럽다...)


보통 Junior Trader는 동종/유사업계 2년 경력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트레이더가 되기 전에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 혹은 비슷한 품목을 취급을 한 경력이 있다면 지원해볼 수 있다. 자신의 백그라운드에 따라서 트레이딩 품목 혹은 포지션 등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증권회사에서 트레이딩 업무를 하다가 동료는 선물&옵션 포지션 관리를 주로 담당하면서 영업 관리직을 겸하고 있고, 한 대형 커피 제조사에서 QC 업무를 담당하다가 입사한 동료는 지금도 우리 팀에서 Chief Cupper이며 트레이딩을 support 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가장 최근 직장에서 법인 영업과 시장분석을 주 업무로 수행했기에 현 회사에서도 법인 영업 성과와 시장분석이 가장 중요한 KPI로 잡히고 있다.  각자 본인이 가장 성과가 좋고, 즐겨 할 수 있는 쪽을 강조해서 일을 하면 회사에도 기여할 수 있고 본인도 조금이나마 보람 있게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트레이더는 열려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보상 체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계 커피 상사들은 신입 채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만약 정말 대졸 신입(fresh graduate)이 채용된다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채용될 텐데, 업계에서 유명한 top 10 정도의 트레이딩 하우스라면 일반적으로 45k~55k USD 정도로 basic salary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믈론 엄청 뛰어난 인재의 경우에 그 이상으로 입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며, 실제로 유럽의 경우 기본급이 더 높은 경우도 많다.  전체 Salary Package는 회사가 그 트레이더에게 기대하는 KPI에 따라 범위가 꽤 클 것으로 예상되나 일반적으로 trading margin으로 인센티브를 책정하는데 신입직에게는 인센티브가 매우 적을 것이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Junior Trader급(2~5 yrs)은 일반적으로 경력 혹은 해당 포지션으로 근무하는 국가에 따라 50k~80k USD 정도로 basic salary가 맞춰지는 것 같다. 주니어 트레이더들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및 여러 베네핏 등이 추가될 수 있어 본인의 역량 및 경력에 따라 Total Salary Package가 소위 6 digit인 경우들도 볼 수 있다.


Senior Trader / Chief Trader급(5 yrs 이상)의 트레이더들은 보상이 매우 좋은 편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Senior Trader급의 트레이더들은 100k USD 이상의 기본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인센티브가 연봉보다 높은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그만큼의 책임과 그에 따른 회사에서의 책망을 받는 포지션이라 뛰어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회사와 본인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매일 큰 포지션을 관리하는 이들이 한순간 잘못 판단하면 하루에도 수십억을 그냥 휴지통으로 던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보상체계는 위에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으나,  트레이더가 근무하는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salary package 꽤 폭이 넓어 범위를 한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와 스위스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더의 급여 수준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트레이더는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방법으로 회사의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 선물 트레이딩/헷징과 현물 트레이딩이다. 프로그램 트레이더, 혹은 브로커리지 트레이더가 아닌 다음에야 이 중 한쪽만 잘한다고 결코 인정받을 수 없으며, 양쪽을 잘 다룰 수 있어야 비로소 회사에서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 그리고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은 주제가 주제인만큼 원래 내 성격대로 조금 건조하게 글을 써 내려가 보았다. 이러한 글은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찾아보기 힘들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글의 의도를 쉽게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조금 고민을 했었지만 나는 원래 이런 것을 굳이 감추는 스타일은 아닌 터라, 누군가 필요한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어봤다. Recruiter들이나 여타 해외 상사의 HR에서 이 글을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지만, 난 조금이라도 우리나라 젊은 트레이더들도 해외의 트레이더들만큼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말로 소위 국뽕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국가를 다녀봤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근무해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느 나라의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업무 수행 능력 또한 뛰어난 것을 보았다. 이 뛰어난 사람들이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길고 재미없는 이글의 마무리를 짓는다.



Edited by my wife, Jihy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