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의 누이인 올리비아는 두려웠다. 양의 사체가 놓여 있던 곳의 땅엔 흘러나온 양의 피가 굳어 푸른 풀빛과 대비되어 더 눈에 띄었다. 가장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느꼈던 양의 마을에서 양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양털을 다 뽑힌 채 눈밭에 뒹구는 것 같은 오한을 느꼈다.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했는지 올리비아는 알 수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누구도 양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양들의 수호자인 이반은 먹이 취급을 했고, 개들은 침묵했다. 원로들 역시 진실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했지 스스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양들은 끼리끼리 모여 수군거리기만 했다.
들판에서 풀을 뜯는 것을 미루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무런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풀도, 꽃도, 나비도, 벌도, 나무도, 햇빛도, 구름도 올리비아가 평소에 좋아했던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땅만 보며 서둘러 걸었다. 갑자기 앞에 나타난 커다란 그림자. 늑대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제자리에 우뚝 멈췄다.
"올리비아 왜 그렇게 긴장했어?"
쇳소리가 섞인 울림 있는 목소리
"놀랐잖아. 마떼오. 늑대인 줄 알았어. 그리고 넌 너무 늑대 같아"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라고?"
"그거야 그렇지만,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로?"
"양 마을을 돌보는 게 우리 개들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늑대들이 해야 하는 일이잖아. 그래서,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평소의 마떼오라면 지금쯤 혹시나 사납고 낯선 짐승들이 다가오는지 양들이 풀을 뜯는 곳 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마떼오의 의도와 달리 올리비아를 비롯한 소수를 제외한 다른 양들은 마떼오를 꺼려했다. 마떼오는 개라고 하지만 늑대와 너무 닮았다며 주위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려 했다. 올리비아는 오히려 늑대 모습의 마떼오가 믿음직스러웠다. 마떼오는 개들의 충성스러움도 가졌지만 늑대의 힘과 결단력도 가지고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마떼오. 넌 시간이 많으니 이번 사건을 조사해 보는 건 어때?"
"내가 뭣하러?"
"그야. 전 양을 지키는 개니까. 개의 일이잖아"
"양 지키는 일을 하지 말라고 시킨 게 양이지 않나?"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한번 알아봐 줘. 마떼오가 알아봐 준다면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만약, 알아봐 준다면 맛있는 먹을 것을 줄게"
"토끼굴이라도 찾았나?"
마떼오는 고기를 좋아한다. 이 점으로도 마떼오를 늑대만큼이나 피하고 싫어하는 양들의 이유가 됐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신이 마떼오를 그렇게 만들었다. 늑대의 피가 흐르는 마떼오에겐 태어나면서 정해진 거부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도 겁이 났지만 양만 먹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한 거야. 식물에겐 미안하지만 과일을 줄게"
"맛없는 과일은 바스코에게나 줘. 올리비아가 같이 간다면 둘러보기는 할게"
올리비아와 마떼오는 자연스럽게 양의 사체가 발견된 곳으로 향했다.
마떼오는 범인을 쫓듯 후각에 집중하고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양이 왜 죽었을까?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면 분명 뼈가 부러졌을 거고, 두개골이 파열되어 주위에 피가 많이 튀어야 한다. 하지만, 피가 튄 흔적은 안 보인다. 분명 위쪽으로 높은 곳이 보인다. 하지만, 저곳에서 떨어진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다. 다치기는 하겠지만 멀쩡한 정신의 양이라면 죽을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다.
늑대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개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발자국을 살펴본다. 발자국은 오히려 반대 이야기를 한다. 늑대의 발자국도 보이고, 개의 발자국도 보이고, 새의 발자국도, 양의 발자국도 보인다. 어제저녁 비가 왔기 때문에 냄새가 씻겨 나갔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지형에 따라 양의 머리라 불렸다. 산양의 뿔처럼 휘어져 올라간 바위가 있었고, 양의 눈보다는 조금 더 큰 웅덩이가 있어 온갖 생물들이 물을 마시러 들르는 곳이다. 양 얼굴이 끝나는 즈음에는 낮은 갈대와 덤불이 시작되어 결국 큰 나무로 이어진다. 나무 중에는 양들과 새들이 좋아하는 과일나무들도 있다. 하늘을 날던 새들이 '꼭 양 머리 같이 생겼다'라고 말해줘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마떼오는 아주 예쁜 모양의 버섯을 찾았다. 누구나 아는 독버섯이다.
"실수로 독버섯을 먹은 거 아닐까??"
"우린 이곳에서 나고 자랐어. 어려서부터 먹으면 안 되는 풀과 버섯은 누구나 알 수 있어. 그럴리는 없어. 자살이면 모를까..."
"그럼 자살일까?"
"자살할 이유는 없다고 나시르 어르신이 이야기했잖아. 믿어야지"
별 수확 없이 둘은 헤어졌다. 그리고 죽음의 장소를 마떼오가 올리비아와 같이 돌아다니던 모습은 하늘을 날던 새들이 보고 새무리의 우두머리에게 정보 보고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