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마을에서 벌어진 죽음 사건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어수선하다. 새들은 이런 것에 민감하다. 하늘 높이 날면서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 옆에 내려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듣는다. 새들은 이야기를 듣고 거르고,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로 묶어서 전달하고, 그 대가로 먹이를 얻어가며 생활한다. 때론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고 때론 누구를 공격하기도 한다. 새들은 이런 일을 할 때마다 건강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악역이라 하지만 자기들의 밥벌이와 구분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새 무리의 시니어이자 실세인 슈잉은 올리버에게 날아갔다. 올리버는 요즘 슈잉과 친하게 지내는 젊은 양이다.
"오랜만이야 슈잉!"
슈잉은 올리버가 인사를 하자 슬쩍 자리를 피한다. 올리버는 바로 눈치를 채고 다른 양들이 잘 모르는 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긴다. 조금 있다 슈잉이 날아왔다.
"무슨 일이길래?"
"올리버. 들었어? 이번 양이 죽은 거 말이야. 늑대의 짓이라던데?"
"무슨 증거라도 있어?"
"증거? 양의 죽음을 원하는 건 이 마을에서 늑대 말고 누가 있어? 당연하잖아"
"죽은 양한테는 늑대의 이빨 자국도 없고, 발톱 자국도 없었어. 늑대가 죽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하하 올리버 넌 정말 양처럼 순진하구나?"
슈잉은 젊고 정의감에 불타는 순진한 올리버를 도발했다.
"내가 늑대라도 이빨이나 발톱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거야 말로 내가 죽였다고 동네방네 떠드는 건데. 아무리 멍청한 개들이라도 그럴리는 없지"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다는 거야? 알려줘. 슈잉"
"아... 아.. 내가 봤다는 건 아니고, 나도 들은 얘기일 뿐이야. 그러니 어디 가서 내가 얘기했다고 하면 안 돼!"
"당연하지. 난 비밀을 지킨다고"
올리버는 아직 팩트와 진실의 차이를 모른다. 그리고, 슈잉과 같은 새들이 쓰는 공익과 사익의 구분도 할 줄 모른다. 어른들이 슈잉 무리를 멀리하면서도 가까이 두려는 이유는 새들의 생존 방식 때문이다. 새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비틀어서 이야기하는 재주를 가졌다. 새들은 네발짐승과 달리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도 보지만, 새들도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거짓말하는 것에도 능숙했다. 슈잉의 머릿속에는 양들 무리에서 얘기되는 소문이라는 내용으로 퍼뜨릴 것이다.
새들은 자기들이 본 내용을 늑대 무리에게 전달되면서 대가로 고기를 받고, 개 무리에게 전달되면서 과일을 받고, 양무리에게는 내키면 전달하고 내키지 않으면 전달하지 않을 생각이다. 양이 먹는 풀은 새에게 잡초일 뿐이니까.
"사실, 그 양은 말이지. 고아였어. 부모가 없다고. 그래서, 갑자기 사라져도 진실을 파헤치거나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없었어. 이게 중요한 포인트야"
"고아였다는 거지? 친구도 없었나?"
"예리하군. 게다가 그 양은 어딘가 조금 모자란 구석이 있었는지 친구들도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풀 뜯으러 모일 때도 종종 나타나지 않았데"
"무리에서도 동떨어져 지냈다는 거고. 그렇군. 하긴 나도 잘 모르는 양이야"
"그래. 그럼 이렇게 눈에 띄지도 않고, 친하지도 않았던 존재를 누가 알까?"
"설마. 양이 양을 죽였다는 거야?"
"올리버! 앞서 가지 말라고. 양들은 성격이 좋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남들을 죽일 만큼 모질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는데? 내 말이 틀렸나?"
"맞아. 우리 양들은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 그럼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늑대 일리는 없고... 누구지?........ 아! 설마? 설마?"
슈잉은 검지 손가락처럼 오른쪽 날개깃을 부리에 가져다 댔다.
"맞아. 남는 건 딱 한 무리가 있지."
"충성스러운 개들이 그럴 리가 없어. 개들은 양을 먹지 않는다고"
올리버는 남들에게도 들릴 정도로 놀라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스스로 흠칫 놀란다.
"맞아. 개들은 양을 먹지 않지. 하지만, 늑대들이 마을에 들어와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누굴까? 늑대들이 떠나면 가장 좋아할 무리는 누굴까?"
"오오오. 그래! 그래! 알 것 같아. 양이 죽으면 당연히 늑대가 의심을 받을 거고, 늑대가 사라지면 다시 개들이 세상이 될 거야. 개들은 양을 먹지 않으니. 개들이 의심받을 리 없어. 영악한 것들."
올리버는 엄청난 비밀을 알아낸 것처럼 들떴다.
슈잉은 올리버에게 다른 데 가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
슈잉은 놀라워하는 올리버가 나무를 떠나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봤다.
슈잉 옆에 어느새 새들의 우두머리인 웨이가 나타나 묻는다.
"통했나?"
"네. 내일 아침이면 모든 양들이 다 개를 의심할 겁니다"
"난 라훌에게 다녀오겠네" 웨이가 나타났을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