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이 지난 초등학생 저학년 때 일 중 아직도 기억을 하는 사건이 있다. 전날 학교에 가지고 갈 준비물을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 빠뜨린 것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숙제를 안 했거나 준비물을 안 챙겨가면 선생님한테서 회초리를 맞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맞지 않기 위해 준비물을 항상 전날 꼼꼼히 챙겼는데 그날따라 숙제를 하다가 빠뜨리는 실수를 한 것이었다. 무서운 담임 선생님한테 준비물을 안 챙겨 갔다고 혼나고 시무룩하게 집에 가는 길에 두 번째 사건이 터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집에 가는데 머리 위에 뭔가가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비가 오나 하늘을 쳐다봤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했고 어디서 물이 떨어졌나 싶어 손으로 머리 위에 떨어진 것을 만져 봤는데..... 새똥이었다. 평생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한 일들을 오늘 다 겪은 것이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는 날이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서도 꽤 많이 우울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나쁜 일들이 빨리 잊혀지면 좋으련만 며칠 동안 계속 이 나쁜 일들이 생각이 나서 제대로 내 일들을 못하다가, 반대로 좋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천천히 이 나쁜 기억 속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수 십 년이 지났다.
세상도 많이 변했고 나도 많이 변했지만 나쁜 일이 생기고 나쁜 일에 상처 받고, 이 상처를 빨리 지우지 못해 힘들어하는 내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특히 회사에 가면서 나쁜 일이 생기는 횟수가 더 많이 증가하였다. 아마도 회사에서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모든 일들에는 질책이 항상 붙어 다녀서 나쁜 일이 증가했던 것 같다. 여기서 내가 깨달은 것은 지금 나한테 생긴 나쁜 일을 잊어버리지 못한다고 해서 새로운 나쁜 일이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힘든 일에 내가 방황을 하든 말든 그다음의 나쁜 일들이 번호표를 뽑고서 나한테 발생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한테 필요로 하는 것은 나한테 생긴 과거의 모든 나쁜 일들을 빨리 잊어버리고 향 후 일어날 나쁜 일들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의 나쁜 기억 퇴치 방법은 새로운 기억을 계속 주입시켜 나쁜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 못하도록 덮어 버리는 것이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 BTS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으며, 힘든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에 틈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바쁘고 새로운 일로 다른 생각이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취약한 시기는 잠들기 전이다. 잠자리에 누워서 잠깐 나의 뇌에 여유가 생기면 문득 이 나쁜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때 퇴치방법은 나의 인생 목표를 생각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소설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나의 꿈을 생각하고, 새로운 소설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한다. 이렇게 며칠 나쁜 기억 박멸활동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나쁜 기억이 나한테서 멀어져 간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 나쁜 기억 떨쳐버리는 연습인 것 같다.
내일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가 좋지 않다며 마스크를 꼭 챙기라고 경고를 한다. 몽골발 황사가 찾아오는데, 중국발 스모그도 함께 온다고 한다. 그런데 아침에는 짙은 안개에 바람도 불지 않을 예정이란다.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