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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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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모하모 Aug 02. 2019

용튜브 : 신입PD 유튜버 도전기!

0화 https://youtu.be/dQbFAwYGvJE


1화 https://youtu.be/JLiHBGnxUa4


Q1: 나는 왜 유튜브를 하는가?     


“야 너 요즘 그래서 방송국 가서 뭐하냐?”

“회사가기싫어.”

“벌써? 직장인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야.”

“아니, 드라마 이름이 ‘회사가기싫어’라고. 김동완 나오고 그.. 몰라?”

“...”

“혹시 뭐 지나가다 예고편도 안 봤어?”

“야 너도 알잖아 요즘 사람들 TV 잘 안 보는 거... 

너무 서운해 하진 마라 너 꺼만 안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안 보는 거니까.”     


그것도 위로냐...     


“그럼 넌 뭐 보고 사냐?”

“나? 유튜브...”     


그게 그렇게 재밌냐란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아니지, 안 봐준다고 투덜댈 게 아니라 나도 유튜브를 해봐야 되는 게 아닐까? 보니까 별 거 없던데. 

편집도 조악하고 오디오도 비디오도 완전 다 꽝이던데. 그까짓 것 못 만들겠나.     


요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언젠간 나도 해야지’란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로 내가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너 할 때 나도 함 시작해봐야겠다”고 말한 친구들만 세 명이 된다.


유튜브 스타들의 억 소리 나는 수입을 다룬 언론의 영향인지, 기술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매일 반복되는 삶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초딩’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볼까 생각한다.


저번 주엔 대형서점에 갔더니 ‘주식으로 부자되기’ 류의 가판대보다 ‘유튜브로 인생역전’ 같은 가판대가 훨씬 북적대는 걸 보며 느꼈다. 아, 이거 꼭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충분히 공감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마침 기회가 되어, 

유튜브를 찍는 나

를 찍는 다큐를 만들게 되었다.          


Q2: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튜버가 될 것인가?     


성공한 유튜버들은 어떻게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까?

그들의 공통적인 답변, 애초에 성공을 목적으로 첫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

이것저것 업로드 해보던 중, 어떤 영상 하나가 기이하게(?) 높은 조회 수를 찍게 됐고

물이 들어온 이때 노를 잘 저은 사람들이 모두 성공한 유튜버가 됐다.

다시 말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해 나름대로 ‘준비된’ 상태로 첫 촬영에 들어가는 기존 TV의 제작방식과는 정반대의 성공 공식인 셈이다.     


따라서 나도 첫 한 달 동안은 이것저것, 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올려볼 생각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반응(조회수)을 살펴보려 한다.

다시 말해, ‘기획의도가 없는 것이 기획의도랄까.

물이 들어오길 기다리되, 대신 튼튼한 노를 갈고 닦고 있을 예정이다.        

 

Q3: 지금까지 영상 2개를 올렸는데 직접 해보니 어떤가?     


만만치 않다. 정말 쉽지 않다.

‘그 까짓 것’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든 내가 매일매일 부끄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인 것 같다.

기획부터, 촬영지 섭외, 촬영, 출연, 컷편집, 음악, 효과음, 말자막, 예능자막, 색보정, 썸네일(포토샵이란 걸 처음 배웠다), ‘쪽팔림’을 감수한 지인 및 커뮤니티 홍보까지.

방송국이 각자 맡은 포지션에 충실한 프로축구라면, 유튜브는 개인기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는 동네축구에 가깝다.

혼자서 모든 것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영상 하나 찍어 올리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든다. (그러니 업로드 시간이 미뤄지는 것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

내가 생산한 물건이 정말 온전히 나로부터 기인했기 때문에 맑스가 이야기한 ‘노동소외’ 정도가 거의 0에 수렴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구독자수, 좋아요 개수가 늘어나는 걸 보는 재미가 있고

댓글을 보면서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중학교 친구와 다시 조우하는 소소한 기쁨도 누릴 수 있다.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예진선배가 했던 멋진 대사.

“편집은 끝내는 게 아니라 멈추는 거야.”

하지만 욕심이 있기 때문에, 또 처음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납기가 없기 때문에 계속 고치고 또 고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제목도 처음엔, “어차피 못 할 거 천 명, 만 명 이런 것보다, 실버버튼(10만 구독자) 도전기! 이렇게 좀 자극적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남의 일인 양 지어놨지만

막상 첫 영상을 올리고 나니 왠지 진짜로 갈 데까지 가보고 싶은 오기도 생긴다.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PD가 되었다.

그런데 PD와 달리 유튜버는 평범함을 무기로 조금 더 가까이서, 조금 더 적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간에 나로 인해 한 명이라도 더 즐겁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오늘 올리는 이 영상이 충분히 가치 있으리라 믿는,

그런 평범한 유튜버가 되고 싶다.     


조금 더 부딪혀본 뒤에 더 입체적인 ‘유튜피아(Youtupia)’ 견문록을 써볼 생각이다.

그럼 그때를 기약하며,

용튜브 구독과 좋아요는 기본, 알림설정까지

꼭 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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