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백조되다

말썽꾸러기 이야기

by 오서리
넘어오지 마!


초등학교 때 키가 작아서 늘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었다.


2학년과 6학년 때가 내 기억엔 최악이었다.

그와는 6년 동안 두 번 같은 반이었고, 그도 나와 비슷하게 키가 작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그와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난 기도를 했다.


‘제발 승현이와 짝이 안 되게 해 주세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나. 안타깝게도 1년 내내 나는 승현이와 짝꿍이 되었다


그는 좋게 말하면 너무 발랄했다.

수업 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고, 시끄럽게 떠들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자꾸 나한테 다시 물어보고, 발로 툭툭 책상을 치고, 책가방을 아무 데나 막 놓고, 당연히 공부는 안 하고, 여자애들끼리 공기놀이를 하면 와서 방해하는 말썽꾸러기 아이였다.


그중 가장 최악은, 책상 사이에 줄 긋기였다. 딱 반에 금을 긋는 게 아니고 자기 쪽이 더 넓게 금을 그었다. 그리곤 내 물건이 넘어가면 자기 거라고 가져가고 사물함에 숨겨놓고는 찾으라고 했었다. 나는 짝꿍 때문에 매일 울면서 집에 와서 엄마한테 하소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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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는데 난 또 그와 짝이 되었다.

선생님께 그렇게 일기를 썼는데도 선생님은 아는 체도 안 했다.


‘중학교 가면 널 안 보게 되겠지? 지금부턴 너에게 복수할 거야!’


6학년 2학기에 드디어 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가 하는 행동 그대로를 난 큰소리쳤다.


“떠들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어! 그리고 나한테 그만 물어봐! 발로 책상 차지마, 자꾸 울리잖아! 책상 줄도 제대로 긋고! 네 쪽이 더 넓잖아!”


방학 끝나고 오니 짝꿍의 말과 행동이 똑 부러지는 것을 보곤 승현이는 잠시 주춤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곤 마지막 사건이 터졌다.


그의 지우개가 책상 금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필통에 있는 도루코 칼을 꺼내어 지우개를 잘라버렸다.

그 지우개는 승현이가 지우개 싸움을 할 때 쓰는 가장 아끼는 지우개였다.


그가 울었다. 엉엉~


‘드디어 해냈다. 나의 복수는 이것으로 그만하기로 하자!’




며칠 전 집 앞 공원에서 운동 중에 ‘오리 침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림1.jpg 하얀 꽥꽥 집오리는 인도를 침범하였다. 선을 넘은 것이다.


집 앞 공원과 호수에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청둥오리와 대리석 무늬 오리 등 작은 오리들이 떼 지어 호수를 유유히 거느린다. 그중 유난히 덩치가 크고 울음소리가 큰 하얀색의 집오리 한 마리가 있다. 가족도 친구도 없나 보다. 늘 혼자 돌아다닌다. 그날은 운동 중인 사람들 다니는 길로 하얀 집오리가 올라와서 꽥꽥 소리 지르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는 선을 넘은 것이다.


오리들 사이에서 그는 미운 오리였다.


그러더니 사람 다니는 길로 와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참견했다.

갑자기 초등학교 때 말썽꾸러기였던 승현이가 생각난 건 이 오리를 본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에게 전화해서 알만한 친구에게 물었다.

“승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아직도 말썽꾸러기로 사니?”

“뭔 소리야! 걔 완전 공부 열심히 하고 모범생으로 승승장구해서 지금은 대기업 임원하고 있어.”


대애박~~!


하얀 꽥꽥 집오리도 오리들 무리에선 어울리지 못하고 구박받는 것을 자주 봤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장소로 선을 넘어와서는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같이 사진 찍히고, 우리 동네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하얀 오리가 인도를 넘어와 말썽을 일으켰지만, 사람들이 귀여워한 것처럼 나의 말썽꾸러기 짝꿍도 어느덧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영원한 말썽꾸러기는 없다.

그저 조금 다를 것이다.

그것을 스스로 알아낼 때까지의 시간이 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