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손 소독제로 샤워를 해라!

by 오서리

결혼 후 알았다.

남편이 꽤나 결벽 증세가 있다는 것을.


남편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올 때면 현관 앞에서 속옷만 빼곤 전부 벗어버린다. 밖에서의 지저분한 것들을 집안으로 들여오기 싫다고 했다.


하루에 손을 얼마나 자주 씻는지, 우리 집 비누가 몸살을 앓는다. 아무리 딱딱한 비누를 사다 놓아도 물러 터져서 물비누처럼 되어버렸다. 결국은 고체 비누를 없애고 물비누를 사다 놓았다.


신랑한테 설거지를 시키면, 화장실 가서 손을 깨끗이 씻고 설거지를 한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입에 닿는 그릇 만질 때는 신성하게 손을 닦아야 한다고 했다.


밖에서 볼일 보다가 잠시 시간이 남아서 집에 들어와서 시간을 때울 때면 집 안으로 안 들어오고 현관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그러지 말고 옷 벗고 집에 들어와서 편히 있다가 나가라고 해도 그냥 그게 편하다고 그러고 앉아있다.


겨울밤 소복소복 흰 눈이 내리거나, 바람 시원한 귀뚜라미 우는 가을날, 샤워하고 저녁 다 먹은 후 집 앞으로 산책이나 하자고 하면 싫다고 한다. 지금은 온몸이 청결한 상태이므로 다시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같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손잡이를 절대로 못 잡게 한다. 자기를 잡으란다. 몇 번 자빠졌는데도 절대로 손잡이를 못 잡게 한다.


카페나 식당을 가더라도 문 손잡이를 못 잡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남편이 아내를 위해 문을 열어주고 닫아주는 매너 좋은 남자라고 오해하는 게 억울하다. 그 닦달을 못 겪어봤으니.


집에서도 핸드폰을 한번 만지면 손을 씻어야 하고, 핸드폰을 수시로 물티슈로 닦아냈다.


문제는 남편 혼자 그러는 게 아니라 나에게 권장을 한다는 거다.


물론 나 역시 실내복과 외출복의 구분도 있고, 집에 들어오면 바로 씻고 집안 활동을 하지만, 신혼 초에는 남편의 이런 행동으로 말다툼도 했었고,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은 타협점을 찾아서, 남편과 나는 서로의 클리닝 방법에 대해 터치를 안 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방송에서 매일 매시간 나오는 주의사항과 코로나로 인해 바뀌어진 사회생활로 인해 남편은 우쭐해한다.

자신의 방법이 맞았다고.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생활습관 중 남편은 손 소독제 생활화를 너무나 사랑한다. 집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갖가지 손 소독제 종류와 사이즈가 즐비하다.

매일 아침 나갈 때면 마치 옷 고르듯이 손 소독제를 골라 나간다. 버스를 탈 때는 작은 소독제, 마트를 갈 때는 뿌리는 타입, 차 타고 외출할 때는 좀 큰 소독제.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전원주택을 짓겠댄다.

"난 주택 현관에 샤워실과 탈의실을 만들거야."

"그냥 집에 들어오지 말고 현관에 살면 되겠네~(ㅋㅋ)"


하루는 외출 후 집에 와서 여느 때와 같이 현관 앞에서 옷을 전부 벗고는 속옷 바람으로 쭈그리고 앉아서 손 소독제로 자신의 손과 핸드폰을 닦고 있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 대도 남편은 미동도 않았다. 뭐하는지 가서 보니, 소독제로 팔, 다리, 목도 닦고 있었다. 오다가 버스 손잡이에 다리가 닿았고, 옆에 서 계셨던 아저씨와 팔이 닿았고, 나방이 자기 목을 치고 갔댄다.


아예 손 소독제로 샤워를 해라, 샤워를!



자기 취미 생활이니 상관 말고 들어가라고 한다.


그런데 웃기는 건, 결혼 전 남편과 연애할 때, 남편 혼자 사는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애인의 집에 처음으로 초대받아 가니 얼마나 떨리겠는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의 카오스적인 집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든 물건들은 밖에 나와있었고,

이불에서는 몇 년은 빨지 않은 듯한 쾌쾌한 냄새가 났었다.

냉동고에는 유통기한이 1년도 넘은 구구콘이 있었고,

냉장고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김치 종류가 즐비했었다. 그리곤 신랑이 하는 말,


너 온다고 집 청소 싹 한 거야!


이 남자를 데리고 살아야 할지 말지 잠시 고민했었고,

결혼 후 하나하나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결과 지금의 결벽의 남편이 탄생하였다.


그는 ‘청출어람’이었다.


남편은 지금도 네이버에서 소독제 신제품을 검색 중이다.


이 남자 이러다가 나랑 손잡고 나서도 소독제로 손 닦는거 아니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