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하루 종일 전원일기를 보시는 이유

by 오서리

시댁이 대구인 나는 일 년에 명절 빼고 몇 번을 간다.


시댁을 가면 시아버지는 하루 종일 TV를 켜놓으신다.

시어머님이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좋아하시는 것과는 달리,

아버님은 드라마를 좋아하신다.


작년까지만 해도 시아버지는 '야인시대'만 보셨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는 '전원일기'로 바뀌었다.


1980년부터 22년 동안 1,088부작인 전원일기는 봐도 봐도 끝이 없이 방송한다.

새벽 00:38부터 22:20까지 방송국만 달라질 뿐 종일 방영을 한다. 아침엔 복길이가 아기였다가 저녁 편에서는 복길이가 연애하는 아가씨로 나온다.


너무 궁금해서 시어버지께 여쭤보았다.


"아버지, 전원일기 재미있으세요? 저번에도 보고 계시더니 오늘도 보시네요."

"이것만큼 웃기고, 슬프고, 재밌는 게 없다. 너도 한번 봐봐. 인생사가 다 들어있다."


전원일기의 최불암 배우와 혼연일체 된 아버님은 어느 날은 일용이한테 화내시다가, 어느 날은 기분 좋으시고, 또 어느 날은 쓸쓸 맞아하신다.


신랑은 그런 아버님을 보면서,

"그 재미도 없는걸 와그리 보노?"라고 아버님께 핀잔을 준다.


어느 날 친정을 갔다.

친정아버지가 '전원일기'를 보고 계셨다. 아빠한테 그거 왜 보시냐고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같으시다.

인생사가 전부 들어가 있다고 하신다.


며칠 전부터 신랑이 '전원일기'를 보기 시작했다.

그럴 거면 시아버지 보실 때 뭐라고 하지나 말던지..

왜 보냐고 물었더니, "보다 보니 재밌네~ 사람 사는 얘기 다 들어있네." 라면 살짝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1.088회니까 하루에 3편씩 365일 하루도 안 빼고 봐야 정주행 할 수 있다.

그만 보라고 하니까, 10편씩 보면 3.3개월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잔소리하느니 그냥 내가 같이 봐야겠다고 결정했다.


보다 보니 화면 퀄리티도 나쁘고, 더빙도 하고, 촌스럽고, 어떤 대사들은 가부장적이라서 좀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 요즘 보기 드물게 '권선징악'과 '사람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재밌어서 계속 보게 되었다.


이제야 알았다. 시아버지께서 왜 '전원일기'를 그리 열심히 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