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리 : 교수님, 은퇴는 왜 하신 거예요? 미국은 교수 은퇴를 몇 세에 하나요?
교수님 : 미국은 한국처럼 교수 은퇴 나이가 없어. 자기가 하고 싶을 때까지 하면 돼.
오서리 : 그런데 왜 은퇴하셨어요?
교수님 : 내가 처음에 미국에서 교수를 시작할 때 다짐한 게 있어. 교수는 학생이 모른다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학생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끊임없이 알려주어야 하는 건데, 만일 상대방이 모르는 게 이해가 안 되고 알려주는 게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그건 선생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는 거거든. 그때까지만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었어. 평생을 정말 재미있게 가르쳤었어. 그들이 모르면 왜 모를까? 어떻게 하면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까를 고민하는 게 너무 행복했었거든. 그런데 2년 전부터 학생들이 모른다고 질문을 하는 게 자꾸 이해가 안 되고 짜증 나기 시작했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만둘 때가 되었구나’라고 깨달았지. 그래서 올해 은퇴를 한 거야.
오서리 : 그래도 누가 그만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깝지 않으세요?
교수님 : 아니야, 이미 난 가르치는 게 지쳐서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 않는데 계속 교수를 한다는 건 학생들에게는 큰 잘못을 하는 거지. 후회 안 해.
오서리 : 그럼 이제 뭐 하실 거예요?
교수님 : 오서리야! 꼭 뭘 해야 하니? 너는 왜 일하니?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께 배우고 싶은 마음에 간 것도 있었다. 그 교수님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한국말을 잘 못하시는 외모만 한국 사람인 미국 여자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교환교수로 왔었고, 나는 한국에서 그녀에게 딱 한 학기 수업을 받은 적 있었다.
미국에서 첫 학기 디자인 스튜디오 수강신청할 때 그녀는 자기 수업 듣는 것을 만류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이미 자신의 수업을 들어봤으니까, 다른 더 좋은 교수님 수업을 다양하게 들어보라는 거였다. 둘째, 이미 나와 교수님은 아는 관계이니 점수를 줄 때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페어게임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거였다.
그전까지는 좋아하던 교수님이었는데, 이 말을 한 뒤로 나는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작년에 한국으로 놀러 왔다고 연락이 왔다. 우린 오랜만에 조우를 했고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교수님은 그 학교에서 30년 이상 교직생활을 하셨고, 인테리어 디자인 학과 교수로서의 명망 때문에 그녀의 수업을 듣기 위해 그 학교를 들어오는 학생들도 많았었다.
그런 교수님이 이젠 교직생활을 은퇴했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오서리야, 넌 왜 일하니?”
라고 물으셨다.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여 잠시 생각에 젖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나는 일을 왜 하는가?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생활을 하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정리할 시간과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이 글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