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 보내기 힘든 과정들

[계류유산 약물배출과 소파술까지]

by 장봄날

초기 유산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케이스가 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본병원과 타 병원 의사선생님 모두에게서 유산판정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으로 유산이 받아들여졌다.

본병원에서 3일 후 다시 오라고 해서 며칠간 휴식하며 진료를 기다렸는데, 그 3일간의 시간이 참 더디게 갔다. 남편과 교외 예쁜 카페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있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차라리 빨리 수술하고 싶다.”

아기가 찾아오지 못한 빈집을 이제 그냥 빨리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회사에도 상황을 알리니, 모두 놀라 걱정해 주셨고 유산휴가도 푹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셔서 참 감사했다.

회사 계장님들께서도 본인들도 유산의 아픔이 있었다며 당시 겪었던 심정들을 말씀해 주셨고, 곧 예쁜 아기가 다시 찾아올 거라고 마음을 다해 위로해 주셔서 조금씩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는데 가방에 달려있는 임산부 배지가 흔들린다. 고이 묶어 놓았던 배지를 풀러 가방에 집어넣어버렸다.

본병원에서 재진료를 보는 날, 역시나 빈 아기집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혈소판이 낮기 때문에 출혈 위험이 있는 소파술은 위험해 보이니 약물 배출이 나을 거라고 하셨고, 대학병원에 의뢰서를 써주시겠다고 하셨다.

대학병원 산부인과는 언제나 대기 시간이 길다. 초음파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산모들의 불평 불만이 많은 곳이다.

분명 10시에 예약을 하고 1시간전인 9시에 도착을 했는데, 진료는 오후 1시쯤 봤다.

결과는 역시나 계류유산. 담당교수님께서는 현재 혈소판이 낮아서 약물배출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약물배출에 실패하면 소파술이라는데… 막연히 ‘나는 잘 되겠지’ 라는 마음이었다.


주말동안 쉼을 갖고 월요일부터 입원을 하였는데 이 날이 죽음의 일주일의 시작이었음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나는 당시에 병실이 부족하여 신생아실 6인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죄송하다고 하셨지만 괜찮다고 대답했다. 종종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에 마음이 요동치긴 했지만 1박 2일이면 퇴원할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첫날은 혹시나 혈소판이 급격히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혈소판 수혈을 받았고, 다음날부터는 자연배출을 위한 질정인 미소프로스톨을 지속적으로 질에 삽입했다. 미소프로스톨은 위염이나 위궤양을 치료하는 약인데 자궁수축이라는 부작용이 있어서 유산 후 자연배출에 사용되는 약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배설물을 초록색 통에 해야 하는데, 소변이나 변을 본 후에 아기집이나 조직 등이 나온 것 같으면 꼭 간호사선생님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질정을 4회나 넣었으나 복통만 있고 아기집이 나오지 않았다. 셋째날에도 6회 추가로 질정을 넣어 총 10회나 시도해보았지만 아기집이 질 경부까지 내려왔지만 나오지는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말 복통과 설사로 미칠 지경이었다. 음식을 먹으면 설사로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넷째날에도 추가적으로 1회 더 질정을 삽입하여 나는 총 11번의 질정을 시도했으나 마지막까지 배출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이 되기 싫어서 한 번만 더 질정을 넣어보고 싶다고 했으나 분만실 선생님께서는 이미 너무 많이 시도해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결국 소파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파술 결정이 나고 수술부터 병실에 다시 도착하기까지 총 1시간이 걸렸고, 그것으로 나의 유산은 종료되었다.

다음날에도 복통이 있었지만 며칠 후 회복하였으나 점점 더 낮아지는 혈소판으로 인해 기존에 다니던 대학병원 진료를 당겨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행에 이유가 있을까?

유산도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인데, 임신 당사자가 되면 혹시나 내가 뭘 잘못해서 유산이 된 것이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그 날 일을 너무 무리하게 했나?’

‘내가 관리를 소홀히 했나?’

이럴 때일수록 나를 자책하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히 위로 받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불행에 이유가 없듯이, 언젠간 갑작스럽게 올 행복을 기대하며 다시 하루를 살아가본다.

KakaoTalk_20250928_232535018.jpg 유산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갔던 한강뷰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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