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어느 날 퇴근길에 하늘을 보니 이렇게 예쁜 무지개가 떠 있는거에요.
'아~ 우리 라플랑 보여주고 싶다'
대략 시간을 보니 검도 학원이 끝나고 나올 시간이어서 아파트 단지 어딘가에 서서 계속 기다렸어요.
이제 무슨 짝사랑 하는 남자애 얼굴 한번 더 보려고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것도 아니고 웃픈 맘이 들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당연히 학원앞에서 기다릴 저이지만 친구들과 집으로 오기도 하고, 엄마가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걸 좀 싫어하는 것 같아서 애매하게 기다리다 해가 져버려 집에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안 데려주면 학원 못간다고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이 컸죠?
저는 타이거맘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엄마였어요.
사실 지금도 그게 편한데 굉장히 참고 있는 중이고요.
학원 한번 보내려면 회사 책상에서 몰래 빠져나와 이곳저곳과 통화를 하고,
주말마다 도서관, 전시회... 뿐만아니라 아이들과 관계를 만들어준다며 함께 여행도 가고요...
친구 생일이면 '주고 받을 때 부담 없는 가격대에 센스있는 선물 아이템'을 몇시간 서치하던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참 별걸 다 해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조금 느려도 괜찮아, 못해도 괜찮아 그리고 결국 곤란한 건 너야
물론 지금도 화를 자주 냅니다.
매번 이야기해도 틀리는 수학 문제집을 채점할 때나 스마트폰을 과하게 들고 있을 때, 심하게 집을 어질러 놓기도 하고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한참 잔소리를 하기도하고 어느날은 놀라서 소리를 치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고 믿기 시작했거든요.
엄마가 스스로 열심히 하는 모습,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엄마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하는 것 같아요 ㅜㅜ)
다른집 엄마들이 "우리집 아이는 지금 수학 6학년 푼다"는 말을 믿기보다는
"아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을 믿기로 했어요.
아이가 요청하는 건 도와주지만,
그냥 저는 경험이든 체험이든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속이 터질지언정 멀리서 가이드만 하려고합니다.
그리고 저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로요.
아들은 더 멋진 성인이 되어 제 품에서 훨훨 날아가겠지요.
결국 나에겐 나만 남을텐데... 마지막까지 함께할 나에게 더 집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치열하지만 행복하게 살고있는 엄마를 보면서 우리 라플랑도 작은 뭐 하나는 느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