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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S Oct 24. 2021

너도 나도 어른이 되어가는 중

조금은 천천히 자라주면 안되겠니

아기띠를 하고 친정엄마와 부페를 먹으러 갔던 어느 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컴플레인을 했었다.

음.. 나는 컴플레인을 꽤 논리적으로 잘하는 편이고 그날도 원래의 나처럼 그렇게 했다.

오해는 마시라 우악스럽게 따지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다가 눈물이 뚝뚝

아마 출산 후 감정의 폭이 크기 때문이었겠지만 그 아르바이트생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냥 내가 좀 참으면 됐는데...

어딘가 여행간 리조트에서 저렇게 써놓고 부르는 귀여운 라플랑

누군가의 아들일텐데, 좀 커서 라플랑이 아르바이르를 할 때 작은 실수로 어른에게 지적받는 모습이 어른거리며 눈물이 쏟아진다.

계산을 하며 그 분에게 내 생각이 짧았다고 이야기하며 사과했다.


언제부터인가 내 안의 예민함을 거두고 있다.

그건 아이를 낳고 크게 달라진 점이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누군가의 절대적인 부모일텐데 절대 화를 내지말자,

이럴때 화가 나는 내가 부족한다거다... 매번 다짐한다.

내 아이가 귀한만큼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나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절대 모를 감정이다.


이렇게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고 매번 느낀다.




라플랑은 11살이 되면서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매번 학교 담임선생님 면담을 갈 때마다 들었던 말이 "아이가 또래에 비해 조금 느린거 아시죠?"였다.

그런 라플랑도 이제는 엄마보다 친구랑 이야기하는게 재미있다는 것도 알고, 잔소리 하면 입을 삐쭉거리기도한다.


느리다고 = 어리숙하다고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었다.

그 당시의 속이 조금 터질 뿐 결국 이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드디어 돈을 가지고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 먹을 줄도 안다.

엄마가 그걸 싫어할까봐 친구가 사줬다고 살살 거짓말을 할 줄도 안다.

그리고 정말? 이라고 물어보고 본인돈 1200원으로 사먹었다고 실토하는 그런 11살이다.


(사실 의문은 왜 바깥에서 사먹는게 엄마가 싫어할 것 같다고 생각한 부분)


엄마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할머니랑 시장에 가서 튤립을 사오기도 하는 멋진 청소년으로 자라나고 있다.

이렇게 이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세상 내 마음대로 안되는게 내 자식이다!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고 공감하던 문장이다.

그런데 나는 그 문장의 진짜 의미를 절반만 알았던 것 같다.

진로, 결혼, 취업 ... 굵직한 결정들이 부모 마음대로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라플랑의 주변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내 마음대로 안되는 친구들과의 관계, 무언가를 하고자하는 의지, 아이의 크고작은 건강 문제들, 공부 문제까지...


지금 보면 내 마음대로 되는건 원시적인 그정도 아닐까 생각해본다.


역시 나는 또 이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아이가 이렇게 예쁜지 시간이 빠른지 몰랐다.

나도 그때는 엄마가 처음이고 어렸으니 내 맘대로 안되는 일에도 화가 나고 또 하고 싶은게 많았던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 당시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들은 내 주변에 없는 것들이 많다.

(사람도, 일도, 관심사도)


지금은 엄마~ 하고 부르기만 하면 (화장실만 아니라면) 달려간다.

모든 걸 멈추고 쳐다봐준다.


이렇게 철없는 엄마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줄지... 두렵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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