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호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지킬 앤 하이드
홍광호는 역시 뮤지컬계 지존이다. 한달 전에 본 김성철의 지킬과는 다른 매력, 아니 하이드 역으로는 더 나았다.
결혼 20주년,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20주년. 결혼 전 사귀던 여인과 초연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류정한의 지킬로 보고, 그 여인과 결혼하고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한달 전에 김성철 지킬로 봤었다. 그때도 김성철 연기와 노래에 흠뻑 빠졌었는데 오늘은 홍광호의 폭발적 연기와 가창에 소름과 전율을 느꼈다.
홍광호를 처음 만난 건 뮤지컬 ‘미스 사이공’ 25주년 공연에서였다. 물론 영상을 통해 베트콩 장교로 변신한 앳된 홍광호였지만 말이다. 그때부터 난 그에게 빠졌다. 남자가 남지 배우에게 빠진다는 것이 뭔지, 이렇게도 빠질 수가 있구나를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
그렇게 몰래 짝사랑 같은 것을 해온 나는 무려 십여 년이 넘게 그의 표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지만 한번도 성사되지 못했었는데 바로 오늘을 위해 이 큰 감동을 주기 위해 응축해 기다려 줬던 것 같다. 마치 지킬에서 하이드로 돌변한 많이 성숙해진 그를 만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를 향한 예매공세는 ‘맨 오브 라만차’에서도 코로나로 취소되는 불운을, ‘데스노트’에서도 김성철 표로 겨우 구하게 만들었고, 일테노레에서도 그랬고, 이번 지킬 공연에서도 몇 번의 실패를 겪게 만들었는데… 마침 한달 전 지킬 공연 보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무심코 들어가 본 예매앱에서 극적으로 발견한 취소표. 정성이 그득하면 통하는구나.
그는 극이 본격적으로 갈등구조로 들어가는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켰고 마지막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Confrontation, 대결’에선 그냥 터져버렸다. 그냥 우뢰같은 폭음처럼 말이다. 지킬과 하이드로 수시로 바뀌면서 부르는 이 곡에서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거칠고 묵직한 소리로 하이드를 잘 표현했다. 하이드로 변해 불렀던 노래도 훌륭했지만 그의 절도 있는 연기는 노래의 효과를 더 크게 증폭시켰다.
엠마 역 손지수의 ‘한때는 꿈에, Once Upon A Dream’도 좋았고, 루시역의 아이비가 부른 ‘Someone Like You, 당신이라면’, ‘A New Life, 시작해 새 인생’도 넘 좋았다. 아이비 공연은 처음인데 그녀가 이렇게 감동을 선사해 줄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무대연출, 연기, 스토리, 노래 모두 좋았다. 홍광호의 커튼콜 퇴장 장면은 아직도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다시 그를 또 영접할 수 있을까?
#지킬앤하이드 #홍광호 #아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