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밥 주기 - 과정
집에 있는 화분이 마흔 개를 넘어서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벽록 빛 풍경이, 이제 이 집의 주인은 자신들이라고 주장하는 것만 같다. 비로소 식물을 돌보는 게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지만, 여전히 새롭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 어제와 오늘이 다른 녀석. 혹은 몇 주 째 변함없이 멈춰있는 녀석. 누군가 그랬던가. 사랑을 듬뿍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사랑을 준다는 건 뭘까?
식물이 잘 자라려면 통상적으로 햇빛과 물이 필요하다. 이는 동네 꼬마도 아는 사실이다. 식물은 잎사귀를 통해 햇빛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하고, 뿌리로 물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증산작용이 일어난다. 산소를 비롯한 여러 영양소를 보충하고 또 잎을 통해 내보내게 되는데, 인간으로 치면 호흡과 비슷한 과정이다. 햇빛과 물은 꼭 필요하지만, 과해서는 안된다. 강한 태양빛을 너무 쐬면 식물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물을 많이 주면 과습에 빠진다.
그다음으론 영양분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 흙 속엔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인과 마그네슘 등의 성분과 각종 미생물이 잔뜩 있다. 시간이 흘러 화분 속 흙의 양분이 모두 소모됐다면, 비료를 투입하는 방법이 있다. 타이밍이 맞다면 분갈이를 해줘도 좋다. 햇빛과 물, 흙이 갖춰졌다면 그다음은 통기와 온도, 습도를 신경 쓸 차례다. 공기가 잘 통하는 환경이어야 하고, 식물들이 좋아하는 온도, 습도는 따로 있다. 안타깝게도, 인간이 좋아하는 온도/습도와 식물이 좋아하는 그것에는 차이가 있다. 좀 더 생명력이 강한 인간이 한 보 양보하기로 한다. 환기가 여의치 않는 환경이라면, 작은 서큘레이터를 구비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지면, 비로소 식물은 잘 자라게 된다.
이런 조건이 잘 맞아도 시련은 찾아오는데, 바로 병충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운다면 맞닥뜨리게 되는 해충은 몇 종으로 압축된다. 응애, 뿌리파리, 진딧물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재해와 같아서 대비보단 처리의 형태로 마주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생전 알 리 없던 농약의 종류와 사용법을 알게 된다). 일상적인 예방과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병충해마저 피해 가거나, 이겨냈다면 그 식물은 무리 없이 잘 자랄 것이다.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식물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봐도 사랑이란 것을 주는 항목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맞다. 위의 과정 자체가 사랑이다. 화분이 있는 곳에 볕이 드는지 보는 것, 적당한 물을 주는 것.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맞추는 것, 생기지도 않은 응애를 공부하며 대비하는 것, 노심초사하는 것. 관심을 주고, 마음을 쓰는 것. 점을 이어 선을 만드는 것. 그 과정이 사랑이다. 오늘도 그 과정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