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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mony Jul 17. 2019

49.  조급함 가운데에서

초심찾기

다문화 학생 멘토링을 하러 학생의 집에 가는 길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태권도복을 입은 남자 아이가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내 곁을 지나갔다.


"엄마, 태권도 학원에서 얘들이 내 말을 잘 안들어. 내가 어른이었으면 잘 들었을까?"

"아니. 요즘 얘들이 어디 어른말이라고 듣니? 저번에 '극한직업' 안 봤어? 요즘 극한직업은 선생님이래. 요즘 같은 때에 누가 선생님 하려고 해."


아들을 위로하려고 하시는 말씀이려니 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나도 모르게 조그맣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사람 여깄습니다....' 하며 스스로 대답하고 웃음이 나와버렸다.

사실 틀린말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관찰하기도, 직접 경험하기도 했던터라 오히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그런 교사가 되려고 하려는 이 모든 노력을 누군가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고민의 전제가 잘못 되었다.

예전에 비해 교사의 권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아이들로 하여금 나를 우러러보게 하고 싶어서 교사를 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학생이라는 신분을 거쳐온 나의 경험에 의하면 '진짜 권위'는 네이밍에서 비롯되지않고 권위자의 행동과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권위는 존재 자체만으로, 스스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같이 만들어가야하는 것이었다. 그걸 만들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아졌을 뿐. 교사 진짜 친구같아져서는 안되겠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존경보다는 존중을 받는,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같은 교사가 되어주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 것 처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사의 말을 따라줄 수 있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응원과 격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던일을 하지 왜 굳이 다시 시작하냐, 좀 더 쉬운 길도 있지 않냐, 교사도 어차피 월급쟁이다, 요즘은 교사가 최고의 직장이 아니다,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더라, 지금 다시 해서 교사가 될 수나 있겠냐 등등

큰 돈을 모으기 위해(그럴수도 없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한게 아니었다.

무모함을 스스로 잘 알고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건

남은 삶은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들에게 상처를 받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 안에서 내가 사랑을 줄 수 있고 내 힘을 보탤 수 있을 때, 또 그들에게 사랑을 받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지나가는 말이 내게 돌멩이가 되어 날아온다는 건, 사실 나도 남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어느정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일 거다. 남들의 평가와 남들과의 비교를 내 안에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얼른 교사가 되고 싶다.

추상적으로만 '교사가 좋다'라고 말하는 내가 정말로 '교사를 해보니 좋다'로 바뀌는 순간을 만나고 싶다.

'힘들어도 이 일이 좋다. 도전하길 잘했다.'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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