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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을 쓰게 된 이유와 마음

The Memories - 레오나드 미카엘의 기억에서 시작된 향기

by 퍼퓸힐러 이주용

언제가 글 쓰는 것을 멈추었다는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침과 상처 그리고 나를 이루고 있던 감정의 마름이 멈추게 한 듯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향사로서 가장 좋은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다, 다 우연이지만 내가 그래도 꾸준히 걸어온 길이였기에 만나게 된 인연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은 그 감사함을 기억하려는 나의 노력이며, 스승님의 이야기에서 알게 된 것이 있어 다시금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의 스승님께 다시 한번 감사할 따름이다. 김병현 스승님의 가르침에 감사함을 느끼며...


처음엔 호기심 그리고 묘한 당당함 난 화학을 공부한 사람이니까 그래도 어렵지 않을 거야,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거니까...

이제와 보면 많이 옅어진 기억이지만 아직은 남아있는 그 시작의 감정은 사뭇 저러한 느낌이었다, 재미를 쫓는 호기심과 그래도 난 잘할 때 꺼야라는 무모함 가득한 호승심 같은 어설픔..


이제 11년인가, 처음 조향을 공부하고 지나온 시간이 나의 스승님은 그러한 이야기도 하였다, 자격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래도 인정받는 조향사가 되려면 10년은 조향사로 향기를 만들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땐 그렇구나! 했다. 근데 지금은 아직도 부족하다고만 느낀다.


난 일상에서 생각에 잠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혹자들은 꼭 화난 듯한 무언가 경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도 하고, 또 혹자는 쉬 다가서기 어려운 그 무언가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기도 한다, 근데 난 그냥 생각하는 중이다. 산이 산이고 물이 물이듯 그냥 난 일상에서 생각할 때가 많다, 갑자기 이러한 나의 성향을 알리듯 이야기하는 것은 조향사가 된 후론 그 생각의 상당 부분이 향기와 관련된 생각들이어서 그렇다.


생각이 많은 조향사, 무언가를 늘 상상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무언가로 만들려는 호기심을 실행하는 많이 엉뚱한 남자!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내향적이고 세상을 자신만의 아주 강한 직관력으로 바라보고 감성적이고 풍부한 표현력을 구사하여 미래를 설계하는 목적의식이 강한 판단력의 사람...


이제 이런 사람이... 글로써 향기를 하나씩 이야기하려고 한다.


향기를 만드는 것을 너무나도 즐겁게 생각하는 한 조향사로서 말이다.

지금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작은 즐거움과 또한 스스로에 대한 고찰이 가장 많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글의 구성을 더 잘 알지 못하는 위치에서 쓰는 것이 그것이고, 그러함에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정리하는 소소함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야기할 그 모든 것에는 향긋함이 주된 것이 될 것 같다, 11년 시간 동안 알게 된 것과 알고 싶은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을 나의 주관적인 기준과 기억들로 하나씩 채워갈 생각이니까,

난! 조향사라 향기를 생각하고 그것을 작은 유리병에 담고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전하고 공감해 주기를 기대하는 향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으로서 생각을 많이 하는 나의 성향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살면서 알게 된 소소한 한 가지 그건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나와 같이 생각하는 이는 없다는 것과 난 내가 생각한 것을 향기로 참 잘 만든다는 것이다.


올해 난 좋은 분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분의 전문성과 깊이감 그리고 향기에 대한 시선은 나에게 있어 부족함과 풍부함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향기를 어느 정도 만들다 보면 그 행위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순간이 온다.


습관처럼 늘 해온 일상처럼 향기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행위 그 과정에는 큰 어려움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익숙해진 것이 다 그렇기에 그 익숙함에 젖어 더 나아가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냐 그러함에도 더 나아갈 것이냐 그 선택을 생각하게 해 주신 분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루셨고, 책에서만 보았던 것을 직접 손으로 느끼신 분이며, 난 단지 문화로만 인식하였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만든 분이시다.


이런 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앞으로 내가 할 공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세상 다양한 조향사의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향수에 더 다가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더 늦기 전에 합성 향료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책과 학술지 그리고 정형화된 데이터를 통해서만 구분하였던 향료를 직접 실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스승님의 스승님 그 이야기를 내년에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려 한다, 그리고 올해 내가 만든 향기와는 또 다른 내년의 향기에 그 공부한 것들이 녹아나 지금까지는 또 다른 향기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렇기에 이 글은 나의 시작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다짐이자 스승님에 대한 감사함이다


내가 작게 시작한 'Memories'는 아직 만나지 못한 향수 주인의 향기들이다, 25년 봄 그리고 여름과 가을 겨울 그 시간에서 찾아낸 하나 그 하나의 향기들은 아직 주인이 없다, 향기에 공감하고 그 향기의 주인 될 사람들을 위한 기억들일 뿐...


각 계절을 기준으로 12가지의 향기들...


여기에 여느 순간 피어나는 꽃들처럼 지나는 구름에서 흐르는 한 줄기 빛 소리처럼 피어난 향기들까지 아마도 60가지 향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따스함이 생각나는 겨울을 끝자락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어여쁜 봄들의 향기를 지나 조금씩 선명해지는 여름이 봄을 그만큼 밀어내어 살처럼 인사하는 그 향기가 기억에 남을 즘, 나를 나답게 해주는 자유로운 가을을 마음껏 그리며 향긋함으로 하루를 채워가다 보니 어느새 향기는 손 넘어 가득해질 뿐이였다...


그리고... 겨울 아직 혼자인 나에게 다시금 겨울이 왔다 그러기에 마지막으로 다시금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향기를 만들어 갈 뿐이다, 지금의 나로서 가장 잘하는 것이니까...


여기 향기를 기억해서 찾은 사람의 이야기를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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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