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모리즈 여름 아홉 번째 향기
나의 기억에서 다시 본 연유가 가득한 자몽의 향기를 공유하다...
유행이라는 건 참 묘하다... 이유 모를 시작과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빠르게 누구나 한 번쯤 그 유행을 즐기는 이 모든 것이 참 묘하다....
어떤 유행은 기억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진 것도 있지만, 어떠한 유행은 어제처럼 선명하게 남아있기도 하다.. 이러한 선명함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그레이프프루트 앤 밀크'다.
그 크기가 큰 것은 아가의 얼굴만 한 자몽.. 특유의 향기는 잃어버릴 수 없는 상징인데 그 맛과 과즙 또한 그러하다. 그 향긋하면서도 떫은맛 그리고 계속 생각나는 묘한 단 맛 어찌 보면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인데, 여기에 꾸덕한 연유를 가득 붓고 작은 스푼으로 천천히 떠먹는 재미를 난 향기로 만들었다.
혀끝의 기억을 코끝으로 다시금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선물을 받는 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그 사람이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에도 늘 향긋함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선물을 만들었다.
선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 향료를 정하다
나는 향기 그 시작은 기억이다, 기억은 시간에 따라 왜곡되어서 본모습에서 변화한다고 한다, 선명하였던 경험은 흐릿한 추억이 되기도 하고, 평소에는 떠오르지 않는 의식 속에서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난 기억이라 부르고 그 기억을 나만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나열해서 하나의 향기를 만들어 간다.
선명하게 남은 경험은 쉬 변하지 않는다. 어릴 적 나무에 낙서하듯 남긴 흔적처럼 그렇게 또렷하게 남는 것이다. 이러한 강렬함은 향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고 싫음의 차이가 있지만 경험에서의 공감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 공감에 난 기대어 첫 시작을 한다.
없는 향기는 만들면 될 뿐...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것 중, 향료로는 참 구하기 어려운 것들 있는데 묘하게도 있을 법 한데 참 구하기 어려운 것 들이다. 마카롱, 연유, 소금, 테킬라, 보드카, 실체는 분명 구하기 어렵지 않은데 그 향료는 참 구하기 어렵다. 이럴 땐 그냥 만든다, 요즘은 AI가 편하게 도와준다. 내가 모르는 것을 은유적이든 간접적이든 정보를 전달해 주기에 신뢰성이 높다라는 기준으로 향료를 직접 만드는데 도움을 받는다.
이번 밀크의 핵심은 연유 같은 풍미를 가진 느낌이다. 우유를 적당히 거품이 나지 않는 정도로 끓이면서 필요한 만큼의 설탕을 넣고 졸이듯 천천히 쉼 없이 저어주면서 만들면 적당한 점성이 있는 연유가 된다. 그럼 어느새 우유도 설탕도 아닌 그 특유의 향기가 부엌에 가득 차는데 불을 쓰지 않고 우유와 설탕 향료를 적절히 섞어서 만든다. 여기에 원하는 만큼의 자몽이 들어가면 하나의 향기일 뿐이지만 입맛 가득 달콤함과 쌉싸름함을 즐기던 그 경험을 다시금 선명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더 풍부함을 느낄 수 있는 향기를 만드는 나만의 방법..
모든 조향사가 그러하지는 않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어 갈 뿐이다.......
향료는 사용 목적에 따라 그 성분이 다르다. IFRA에서도 사용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향료의 기준을 10등급 넘게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그 등급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체적인 비율적 가이드하고 있다, 목적은 하나 안전하게 향기를 잘 즐기기 위한 최소한인 것이다.
그래서 난 먹을 수 있는 향료도 잘 찾아서 사용하고 천연향료도 안전한 농도와 비율을 충분히 공부한 후 사용을 한다. 그래도 주의해야 하는 것이 향료다, 향긋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건 단순하게 향기를 소비하는 입장에서의 생각이다 하지만 향기를 만드는 입장은 최소한은 지켜야 한다.
눈에 들어갈 수도 있고, 입술에도 닿는 향기라면 더욱이 최소한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난 다양한 식용향료 시즌마다 구매하고 최소 2달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향료를 연구하고 실험한다. 그러한 기준을 통과한 향료들 중에는 같은 계열이 참 많다. 특히나 과일 향료들이 그러한데 그 묘한 차이점과 내가 그리고 싶은 향기에 따라 선택하고 싶은 것이 늘어나 시간을 들여 확인한 것들 중 사용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꾸준히 사용한다.
그 결과.... 자몽 향료만 종류가 7가지다.. 천연 향료와 식용 향료 그전에 사용하였던 조합 향료까지 더하면 11가지다..
이러한 것들이 상당하니 때가 되면 비슷한 느낌으로 또 이야기를 할 듯하다..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정작 할 이야기는 하지 못하였다, 이건 스토리에서 따로 해야겠다...
Perfume Story
한 가지가 아닌 같지만 다른 향기로 시작하다... 자몽
그레이프프루츠 영명을 풀어서 보면 포도과일이 된다, 자몽을 처음 발견하고 명명한 사람눈에는 자몽의 둥근 모양이 꼭 포도송이를 닮은 듯 동그란 모양이라서 그렇다고 하였는데, 역시나 직관적인 이름이구나 란 느낌을 늘 사용하면서 느낀다. 이 향기가 그레이프프루츠의 하나의 메인이 된다.
하나의 향기를 완성할 때 난 필요한 만큼 향료를 선택한다. 향수 속 향료의 개수가 많다고 화려하지도 않고 적다고 심플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느낌의 향기를 어떠한 향료들로 만들 것이냐는 것이다.
난 이왕이면, 자몽만이 가지고 있는 시트러스 특유의 향취가 선명하였으면 좋겠다, 그 느낌이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고, 연유와의 달콤한 조화도 균형 있는 모습으로 보이도록 적당하게 달콤함도 살짝 있으면 좋겠다. 한 마디로! 신선한 자몽의 향긋한 향기를 선물로 주고 싶은 것이다.
그 시작이 포멜로 자몽이다, 식용 향료로 달콤한 느낌이 연하지만 특유의 풍부한 자몽의 향기는 제법 선명하다, 여기에 핑크의 가볍고 샤프한 인상을 더하고 레드만의 이국적인 향취를 넣어서 자몽 하나이지만 풍부한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려 본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같은 톤의 색상이라서 큰 차이를 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면 서서히 다르게 바뀌는 색감을 볼 수 있듯 자몽의 감성을 다르게 하지만 같은 느낌으로 사용한 것이다.
유자는 원래 안 달아요....
유자는 시트러스 계열에서도 진짜 먹기 어려울 정도로 쓴고 신 과육이다... 그것을 적당히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유자청이다, 청에서 느껴지는 그 묘한 단 향기는 연유 속 설탕처럼에 의해서 완성된 새로운 향기인 것이다....
지금 공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자도 식용으로 쓰이는 식용향료로 투명한 인상의 산뜻한 상큼함이 은은한 향기인데, 맛은 진짜 쓰다 할 정도로 신맛이 강한 향료다, 그리고 약간 느끼하다, 베이스가 오일성분이 있다 보니...
이러한 유자를 자몽에 살짝 더하는 목적은 풍부함 속에서 혹시 모를 심심함을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향료는 저마다 목적을 두고 사용하는데, 그 특유의 향기가 투명하여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데, 만드는 입장에서는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이건 경험에서의 깨닮음과 같기에 불립문자 어불성설과 같은 느낌이다 스스로 느끼고 공감하여야만 비로써 사용한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다.
투명한 인상이 강한 향료를 사용해서 심심함을 채운다... 당신은 이 이야기가 이해되나요?
자몽에 초록의 싱그러움을 더하다..
튤립! 향료에는 그린 플로럴 노트라 이야기하는 향료가 몇 가지 있다, 그중 손이 간 향료가 튤립이다. 봄에 때가 되면 길가 화단에 다른 색색 심어진 튤립의 인상은 참 인상적이다. 선명한 색상 그리고 커다란 꽃송이 관상용에서는 향기가 너무 옅어서 즐기기 어렵지만, 향료는 선명한 싱그러움이 늘 좋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향료다 이러한 향료를 자몽에 더하여서 난 자몽을 더 싱그럽게 보이도록 하였다. 주황색으로 또는 노란색으로 보이는 자몽에 아주 가볍게 초록의 분위기를 한 겹 더하는 것이다...
튤립에 하나를 더하다 티트리..
티트리는 마누카라고도 한다, 뉴질랜드의 특산품인 마누카 꿀의 그 마누카다.. 이 향기를 더한 것은 떫은.. 쓴 특유의 자몽의 감성을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사용한 것이다. 싱그러움 튤립 그리고 또 다른 싱그러운 티트리 이 두 조합은 자몽에 뿌려먹는 연유의 단순함을 향기로 더 풍부하게 완성하여 향수로써 더 그 가치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난 조향사이니까..
밀크와 스위트 슈가
스승님께서 그 제자분들과 소통하는 공간에서 늘 새로운 이야기로 가르침을 주시는데 최근의 이야기가 바로 그루망이다 프랑스말로 미식을 뜻하는 이 단어는 조향사에게는 향료로 디저트를 만드는 기분을 주는 단어이다. 디저트 각 나라마다 다른 점이 있겠지만 핵심은 달콤함이다, 이 달콤함을 바닐라, 초콜릿, 크림, 설탕 다양한 소재로 한 입가득 달콤함을 선사해 주시는데, 그 이면에는 사회적 불안과 개인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반작용이라는 이야기에 더 시선이 머문다. 사람에게 달콤함은 불안과 짜증을 덜어주는 소소한 선물이 아닐까 한다... 물론 과하면 병에 걸리니 적당히가 좋겠다.
다시 본론으로 난 유럽의 그루망과는 다른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바닐라는 최소한으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바닐라 없이 그루망을 표현한다. 그 특유의 진한 바닐라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개인적인 느낌 때문이다. 이러한 느낌은 새로운 자극의 선순환을 만든다 바닐라 없이 만들려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테스트하면서 새로운 어울림은 하나씩 만드는 중이다.
이번에는 밀크와 설탕의 달콤함이다, 연유 향료는 내가 직접 만들고 그 심플함으로 이건 당신이 알고 있는 자몽에 연유를 가득 뿌린 디저트입니다.. 를 말없이 설명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달콤함이 생각보다 긴 지속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하루 중 편하게 즐기고 싶을 때 가볍게 즐기면 좋을 것이라고... 다만 이 달콤함이 딱 기분 좋은 그 정도로만 당신도 나처럼 느끼였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