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아버지의 시선부터 현재, 나의 시선까지

생각하는 시선

by 한재민


아버지 방, 정확히는 장롱 하단의 서랍 속 가지런히 놓여있는 옷가지들 틈에서 발견했다. 케이스부터 오래된 느낌을 머금고 있는 필름 카메라가 있었다. 이미 내가 사용하고 있는 필름 카메라가 몇 개나 있던 상황이기에 큰 관심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이 안에 어떤 사진이, 언제 적 사진이, 몇 장이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 호기심에 오래된 느낌의 찍찍이 케이스를 열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전원도 켜지지 않는 상태였고, 안에 있는 필름은 낡아서 속을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큰 기대와 관심이 없었던 만큼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이만큼의 시간도 아까웠다고 생각하며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찰나에 문득 예전에 살던 동네의 카메라 수리점이 떠올랐다. 그 가게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어릴 적부터 집에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가게 앞을 자주 지나다녔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길 때면 문득문득 생각나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또다시 생각난 것이다.


‘가서 한번 알아볼까...?’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 가게로 달려갔다. 배터리만 갈면 될 것 같았고, 이왕 직접 가서 이 카메라의 정보에 대해 문의하면 좋을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거리여서 금방 도착했고 수 없이 지나쳤던 거리에서 언제나 제자리에 있던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심하지만 어떤 유형의 도움이 필요한지 바라보는 사장님의 시선을 느꼈다. 오래된 가게의 주인이라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배터리를 갈면 될 것 같아서 가져왔으니 갈아달라고 말씀드리며 카메라를 건네드렸는데 배터리가 아닌 카메라 내부에 어떤 부품이 오래된 나머지 닳아버렸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 하셨다. 매의 눈을 지닌 사장님께 전적으로 맡기기로 하고 다음 날 찾으러 오겠다 말씀드리고 문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어, 이거...” 작지만 힘 있게 새어 나온 말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이거 말이야. 음, 내가 정비한 것에 대해 일지처럼 기록을 해두거든, 그래서 지금도 기록하려고 여기 뒤에 있는 카메라 serial no. 를 적었는데 내가 20년 전, 그러니까 1998년도에 맡아서 고쳤던 카메라네”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그 말은 즉 아버지가 결혼 후에 사랑하는 시선을 간직하기 위해 새로 장만했던 카메라였으며, 내가 아홉 살이 될 때쯤에 카메라를 고치기 위해 이 가게로 왔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매우 생생하게 마음속에 그려졌고, 서서히 벅차오르고 설레었다. 그 시절 아버지가 나를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예쁘게 담기 위해, 얼마나 한쪽 눈을 찌푸리며 허리와 무릎을 구부리셨을까. 지금 나는 아버지를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해서라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얼마나 눈가에 주름을 늘려가고 있는 걸까. 아버지가 바라보던 시선부터 내가 바라보는 아버지에 대한 시선까지 우리는 함께였고 그동안 정말 많이 닮아있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