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누르는 이유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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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려는 노력의 시작은 고등학교였다. 친구들에게 줄 수 있는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 사진이었다.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받아 드는 친구들의 눈과 입꼬리를 보는 게 낙이었다. 사진은 계속해서 이런 방식으로 나의 쓸모를 채워준 탓에, 찍는 행위를 그만둘 수 없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내 존재 자체로 쓸모를 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이라는 건 이미 의도가 담겨서 만들어진 책상같은 게 아니니까. 나의 용도를, 쓰임새를 가지려 애쓰는 중이다. 아무튼.



사진을 찍어댄 또 하나의 이유는 카메라 렌즈 너머의 풍경이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당시에는 채도를 높여 쨍한 색감을 추구했던 탓에, 오로지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이 품고 있는 빛깔들이 물에 푹 적신 붓으로 슥슥 칠해놓은 것 같이 맹하고 시시했다. 역시 사진은 현실의 색감을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한다고 툴툴대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와닿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눈앞의 풍경들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많지 않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이유 중, 더 관성적으로 휴대폰을 들게 만들었던 건 첫 번째 이유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당연하게,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원자로 구성된 세상을 다시금 화소로 잘게 쪼개어 선물하면서 박수받고 환호받는 일을 반복했다. 지금까지도 셔터를 누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원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사람일 테다. 풍경이, 색감이 아름다워서 찍는 게 아니라 렌즈에 맺혀있는 당신이 아름답고, 그 사진을 받은 당신이 내게 건네줄 말과 표정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아는 형을 통해 디지털카메라가 주는 경이로움을 접하고는 20살이 되고 처음으로 미러리스를 중고로 구매했다. 렌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포착하고 싶다는 생각에 줌렌즈가 아닌 단렌즈로 나의 사진 여정을 시작했다.(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단렌즈다.) 당시의 나에게는 엄청난 지출이었는데도 아직 어려서 돈에 대한 감각이 없었던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은 마음이 거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돌이켜봐도 가히 엄청난 실행력이었다. 마음을 먹고 구매하기까지 대략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마법 지팡이 같은 존재를 손에 넣고는 마음껏 휘두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훨씬 더 잘게 다진 후에,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각각 한 꼬집씩 넣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재구성했다. 수없이 놓인 빛들이 카메라 렌즈를 투과하면 낯설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를 들고서 매일 지나던 거리를 걸어봐도 나만의 색감을 덮은 세상을 머릿속에 그려 넣게 되어 한없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으면 찍기만 하고 막상 보지는 못하게 되지만 그래도 좋았다. 카메라 너머로 보는 세상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러나 풍경 사진은 찍으면 찍을수록 스스로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져서 만족할만한 사진들을 건지지 못하는 탓에, 이내 셔터 누르는 걸 주저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는 좋아해서, 또 완벽하고 싶어서 포기했던 풍경사진들에 나만의 사랑스러운 피사체들을 세워두고 의미를 담아 힘껏 사랑해 보기 위해 그것들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남이 아닌 내가 보는 시선들을 가꿔보려 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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