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다.

by Collie Kim

바보다. 혹은 바보가 되어야 한다. 겸손함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오만함은 잘못으로 규정한다.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들은 가끔 나를 바보로 볼 수도 있다. 장면은 실체의 일부, 편린이기 때문에 나와 그 사람의 접점에 나의 부족함과 단점만 있을 수 있다. 나는 내가 유능하고 대단하다는 걸 알지만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납득시키기 위해 모든 삶을 설명해야 하고, 물리적으로 가능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냥 보이는 대로 보게끔 두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아이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낸다.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니다. 거기다 대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과 내가 출판한 사진책을 보여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바보 맞다고 한다. 긁히면 안 된다.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는 오만일 수 있다. 억울함도 마찬가지다.


물론 내가 유능해 보여야 하는 자리라면 다르다. 그럴 때 설득할 수 있는 장면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은 듣기보다는 본다. 무슨 말을 할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장면으로 나를 보여줄지도 중요하다.


또한 약한 장면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약함을 때론 도움이 되는 것 이상의 이점이 된다. 나의 약함은 타인의 행동을 유발하고, 그 행동에서 타인을 볼 수 있으며, 그것이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내가 아는 척하지 않음으로 타인에게 마이크(발언권)를 넘기거나 타인에게 행동할 빈틈을 주면 그에게로부터 배울 것이 쏟아져 나온다. 약해져도 좋다. 바보가 되어도 좋다.


오만하지 않고, 장면을 설계할 것, 약해질 용기를 낼 것.


기억하자 나는 바보가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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