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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 Feb 23. 2023

시쓰고 가끔 그림도 그려요

고래구름

고래구름  /  나들



커다란 고래 한마리가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처얼썩 처얼썩 천천히 꼬리 지느러미를 흔들 때마다

안방에 부딪히고 부엌에 부딪히고


오래된 집이 다 부서질 것만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아기는 천진하게 웃는다. 꺄르르-


집주인에게 폐가 될 세라 거실에 꽉 낀 몸뚱이를

결코 빠르지 않은 몸짓으로 슬쩍슬쩍 비틀어 보는데


나와 눈이 마주친 고래는

멋쩍게 웃는다 꺼얼껄-


자네는 어쩌다 이곳에 왔는가

나와 같이 한번 살아볼텐가


타라는 듯 제 등을 내민다

그럼 어디 한번 떠나가 볼까


내일부터는 나를 찾지 마소

부서진 나의 집 안녕


핸드폰 서비스 지역을 벗어납니다

로그아웃 띠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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