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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Jun 15. 2023

유기견을 입양했다.

나의 퇴사일기, D+134

남편과 나는 정말 동물을 좋아한다. 각자 본가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나이가 들어 무지개 다리를 건넌 경험도 있고, 인터넷이나 SNS에서 귀여운 동물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혼 후에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각자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시간이 다소 길었기에 강아지를 키우기에 적절한 환경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산책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을 만날 때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부러워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중엔 우리 부부도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종일 집에 있을 수 있기에 강아지 입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 유기견지원센터에 있는 강아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게 되었다.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당장 남편에게도 공유해주었다.


‘오빠, 우리 한 번 입양 문의 해볼까?’


남편도 한 번 문의해보자고 했다. 센터에 문의하니 우선 방문해서 상담을 하자고 했다. 강아지도 실제로 보고 싶었고 입양 절차도 궁금했던 우리는 당장 주말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센터에는 보호소에서 공고기간을 다 채워 안락사 위기에 있던 여러 강아지들이 구조되어 보호와 케어를 받고 있었다. 우리가 입양한 강아지도 그 중 하나였다. 어떤 사연으로 왜 유기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모두가 버림받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센터 훈련사들의 보살핌 속에 조금씩 활발한 성격을 찾아가고 있었다.


입양 절차는 간단하지 않았다. 입양 전에 영상 교육을 이수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후에는 여러 번 센터를 방문하여 아이와 교감하고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런 후 입양신청서 및 사전에 작성한 질문/답변을 보고 심사를 거쳐 최종 입양여부가 결정되었다. 입양 결정까지는 신청서 제출 후 2주가량 소요되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입양 결정되셨어요. 축하드려요!’
‘어머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이 아이 입양하고 싶었어요!’


입양이 결정된 후에는 입양 후 교육이 2회 더 있었다. 아이를 집에 데려가서 생활하며 어려웠던 점이나 문제행동을 관찰하고 전담 훈련사와 함께 입양 후 교육을 하며 문제행동 개선 훈련법을 터득하는 시간이 있었다.


집에 와서 생활해보니 이 아이는 생활 소음이나 갑자기 다가오는 사람에 굉장히 예민했다. 세탁기, TV 등 가전제품 소리를 비롯해 밖에서 나는 경적 소리와 같은 차 소음 등 모든 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갑자기 다가오는 사람에 깜짝 놀라 펄쩍 뛰기도 하고 꼬리를 바짝 내려 다리 사이로 감추기도 했다. 전형적으로 어릴 때 사회화가 되지 않은 강아지의 행동 패턴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이 아이가 우리 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작은 의심이 있었다.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를 돌리면 소심하게 으르렁 거렸다(소심한 탓에 잘 짖지도 않는다).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산책나가는 한 걸음 조차 힘들었다. 문 밖을 스스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아이가 2주가 지날 무렵 우리에게도 주변 환경에게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는 산책 나갈 때 꼬리를 흔들며 현관문을 나선다.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짧은 탓인지 퇴근하는 아빠를 보면 도망가기 바빴던 아이가 아빠 오는 소리에 꼬리를 흔들어준다. 요즘은 이런 모습 하나 하나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아픔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온 소중한 인연(因緣)이라는 것과, 사랑을 듬뿍 주면 누구보다 밝고 예쁜 강아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아지의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결국 강아지의 성격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같이 사는 사람들이다. 보호자인 사람의 책임감의 무게가 아이가 행복한 견생을 살지, 불행한 견생을 살지를 결정한다.


동물자유연대의 2022 유실·유기동물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에 유실동물을 포함한 유기동물이 무려 11만 2천여 마리나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기동물이 입양되는 비율은 28.1%에 불과했다. 생명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강아지를 분양받거나 입양을 고민 중이신 분들이 있다면 이런 점들을 충분히 심사숙고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강아지가 우리 품에서 행복한 견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강아지에게 하고 싶은 말!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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