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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Nov 08. 2023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D+280, 나의 퇴사일기

의도하지 않았지만 브런치 글 연재를 잠시 쉬는 동안 어느 새 하늘에 해가 머무르는 시간은 줄어들고 바깥 공기가 제법 차가워져 이제 겨울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퇴사했던 2월을 가리키고 있던 달력이 어느덧 11월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며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근래에 나는 약간의 무기력증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하여 판매를 늘려가면서 여러 가지 배우기도 하고 조금씩 주문도 들어오고 있었지만, 뭐랄까. 약간은 더딘 듯한 성장에 가끔은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귀찮고 그저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영상을 보는 시간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한 유튜버가 올린 짧은 숏츠 형식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유튜버는 퇴사하고 조금씩 무기력증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날부터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어 생활했고, 이후로 프리랜서로의 일도 생기고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머리 속이 '띵'하고 울렸다. 


그 영상을 본 후 그간 내 생활을 돌아보니 그 유튜버가 한 때 했던 것과 굉장히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집 밖을 나갈 일이 없는 날에는 밥도 대충 먹으며 옷도 잠옷으로 대충 걸쳐 입었다. 글을 쓰거나 집 안에서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지나치게 평온한 나날들에 안주하며 일상을 보냈다. 퇴사하면서 마음 먹었던 일들을 실행하고자 열정적이었던 초반과 달리 조금씩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며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감사함도 조금씩 사라져갔던 것 같다. '안일함'이라는 좀벌레가 나를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며 그저 하루 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는 날이 늘었다. 


그래, 나에겐 좀 더 정돈되고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해!


영상을 본 후 당장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 안에서만 있는 날이라도 마치 출근하는 것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볍게 아침을 챙겨먹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다녀온 뒤 개운하게 샤워를 한다. 그리곤 마치 밖에 외출하는 것처럼 적당한 티셔츠와 바지를 하나씩 골라 입고는 책상 앞에 앉는다. 책상에 앉아 밤새 들어온 주문을 확인하고, 물건을 발송할 준비를 한다. 또, 매일 상품을 골라 이리 저리 검색해보며 시장이 어떤지 분석한다. 이렇게 일에 조금씩 몰두하다 보면 어느 새 점심이 된다. 


점심은 내 몸을 위해, 그리고 체중 감량을 위해 채소가 듬뿍 들어간 건강한 식단으로 준비한다. 귀찮긴 하지만 오늘 어떤 채소를 먹을지 고르고 재료들을 다듬고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먹는 나 자신을 보면 조금은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규칙적이면서 나를 더 돌보는 생활을 하다 보니 계속 일에도 욕심이 나고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긴다. 어두운 밤, 주황빛 탁상 조명을 켜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규칙적이고 정돈된 생활을 하며 내 일상에 집중할수록 나를 더 아끼는 마음이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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