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먹고 자란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끈이 달린 나무상자를 어깨에 메고 '아이스케키 '라고 외치면서 팔던
손잡이가 달린 아이스바가 있었다.
그 아이스케키를 딱 한 번이라도 다시 먹어보고 싶을때가 있다.
조잡하고 불량식품 같은 맛이지만 그 향과 맛이 생각이 나고 그리울 때가 있다.
또 어떨 땐,
초등학생 시절에 소풍이나 운동회에 먹었던 김밥도 먹고싶다.
아직도 그 김밥의 특유의 향이 코끝에서 느껴지면 다음날 있을 행사로 설레었던 기분 좋음이 함께 느껴진다.
시골에서 살았던 겨울밤에는 친척들과 따뜻한 구들이 있는 방에 모여 앉아서 만화책을 빌려보면서 먹었던
부황 과자( 마카로니 뻥튀기)도 ,
한겨울 뜨거운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먹었던 환타 오렌지도 생각이 난다.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우리 교회 예배당에 가면 끓고 있던 톱밥 난로 위의 생강차와 호빵도,
정말 귀했던 그 시절의 바나나 한 입도 생각이 난다.
엄마와 떨어져 형제들끼리만 살면서 외로웠던 서울살이 시절에 외로움을 달래주던 떡볶이와 튀김도,
찐만두도 생각이 난다.
연애시절 돈 없던 남편이 솥째 끓여온 약간 꼬들했던 라면도 다시 먹어보고 싶다.
한 번씩 이런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떨땐 추억때문에 같은 음식을 먹어보지만 ,지금 먹는 음식은 그 때 그 맛이 아니다.
왜 그럴까?
어쩌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은 그 음식 자체보다는 그 음식 속에 담긴 행복한 정서라서 그런거 아닐까?
그래서 내 마음이 허기질 때면 그때 그 시절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 음식들이 생각이 나나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밥심이라는데 밥보다 사랑이 더 고픈 나이인가 보다.
추억을 소환해주는 음식이 많아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내가 먹고 자란것은 음식이 아니라 정서가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음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예전에 받았던 사랑의 힘으로 사는 것일까?
그럼 85세인 울 엄마에게는 어떤 음식이 고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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