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Oct 30. 2022

아이스케키가 먹고 싶다

내가 정말 먹고 자란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아주 어릴 적에 끈이 달린 나무상자를 어깨에 메고 '아이스케키 '라고 외치면서 팔던 

손잡이가 달린 아이스바가 있었다.

그 아이스케키를  딱 한 번이라도 다시 먹어보고 싶을때가 있다.

조잡하고 불량식품 같은 맛이지만 그 향과 맛이 생각이 나고 그리울 때가 있다.


또 어떨 땐,

초등학생 시절에 소풍이나 운동회에 먹었던 김밥도 먹고싶다.

아직도 그 김밥의 특유의 향이 코끝에서 느껴지면 다음날 있을 행사로 설레었던 기분 좋음이 함께 느껴진다.


시골에서 살았던 겨울밤에는 친척들과 따뜻한 구들이 있는 방에 모여 앉아서  만화책을 빌려보면서 먹었던

 부황 과자( 마카로니 뻥튀기)도 ,

한겨울 뜨거운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먹었던  환타 오렌지도 생각이 난다.



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우리 교회 예배당에 가면  끓고 있던 톱밥 난로 위의 생강차와 호빵도,

정말 귀했던 그 시절의 바나나 한 입도 생각이 난다.

엄마와 떨어져 형제들끼리만 살면서 외로웠던 서울살이 시절에 외로움을 달래주던 떡볶이와 튀김도,

찐만두도 생각이 난다.

연애시절 돈 없던 남편이 솥째 끓여온 약간 꼬들했던 라면도 다시 먹어보고 싶다.

한 번씩 이런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떨땐 추억때문에 같은 음식을 먹어보지만 ,지금 먹는 음식은 그 때 그 맛이 아니다.

왜 그럴까?


어쩌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은 그 음식 자체보다는 그 음식 속에 담긴 행복한 정서라서 그런거 아닐까?


그래서 내 마음이 허기질 때면 그때 그 시절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 음식들이 생각이 나나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밥심이라는데 밥보다 사랑이 더 고픈 나이인가 보다.



추억을 소환해주는 음식이 많아진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내가 먹고 자란것은 음식이 아니라 정서가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면 음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예전에 받았던 사랑의 힘으로 사는 것일까?


그럼 85세인 울 엄마에게는 어떤 음식이 고플까?



이전 04화 입맛은 그대로인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