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주 차
나는 친구들에게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너 정말 파워 E구나?"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찔리곤 한다. 왜냐하면 친구들과 있어서 에너지를 얻는다기보다 친구들이 없는 시간을 못 버틴다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런지 굳이 이유를 찾자면 가정 양육에서부터 기인하지 않을까 싶다. 나를 약 15년 키워내고 내 인생에 대한 문제를 말할 때마다 불려 나오는 엄마를 또 불러내자면, 우리 엄마는 통제광에 불안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마다 필요한 독립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을 존중하지 못했고 내 공간을 없애려고만 들었다.
그래서 혼자서 설 준비가 아직도 덜 된 어린 어른으로 자라났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독립한 지 10년 차, 엄마는 나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어도 결과는 내가 결국 만들어 가는 것, 혼자 있는 연습을 나이 28에 해보기로 했다. 마침 남자친구랑도 헤어졌겠다, 연습하기 완전 최적의 타이밍 아닌가?
인터넷에 보면 많은 팁들과 심리학 영상이 있다. 불안형 애착, 관계 중독, 의존적 성격 장애, ADHD 등등…. 내 이야기 같은 것도 한 트럭이다. 열심히 영상들을 듣고나니 이론적으로는 거의 완벽하다. 그런데 이거…. 쉽지 않다. 그냥 혼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불안이 빼꼼 찾아온다. 나 스스로 독립적인 인간으로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 어떤 것이든 관계 속에 있어야지만 마음이 편한 느낌. 우주에 남겨진 것처럼 외로운 느낌. 누군가는 혼자 시간을 못 보내서 안달이지만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상담을 받으면서 이러한 어려운 과제를 줬을 때 내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배운 게 있다. 바로 스탭을 쪼개는 것. 우리는 뿅 하고 나의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지만 그건 우리의 욕심이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 보자.
일단은 당장 혼자 있는 건 내가 너무 못 견디니, 같이 시간을 보내되 혼자 있는 시간을 차차 늘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강아지 훈련하듯이 혼자 있을 때 자꾸 좋은 일을 만들어서 긍정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 인간이나 강아지나 비슷하지 않을까? 혼자 있을 때 맛있는 걸 먹고 좋은 음악을 듣고, 가끔 낮잠도 자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근데 아직도 중독적으로 카톡을 키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간다. 쉽지 않다.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봐 또 그냥 내가 이런 글을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브런치에 남기게 되었다. 앞으로 약 반년간 꾸준히 연습해 볼까 하는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힘이 되기를 바란다. 남들이 보기엔 그게 어려워? 하지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기에.
혼자서도 잘 지내는 고양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