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차
항상 나와 연결되어 있었고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존재(전남친)가 사라지니, 그 외로움과 허전함이 말도 못 할 정도였다. 잘 달래던 와중 결국 못 참고 소개팅 앱을 깔고 말았다. 아직도 전남친이 마음 한구석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와 사귈 생각도 없지만, 그 앱을 깐 이유는 내가 잃어버렸던 감정을 순간이나마 채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누군가가 좋아요 해주고, 남들이 관심을 표해주고 이야기해주는 걸 마른 사막에 난 비처럼 탐닉했다. 그런데 스스로 그런 내가 너무 싫었다. 어떻게 그 순간을 못 버텨서 앱을 깔고 다른 사람을 찾았나, 나는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하고 자책감도 너무 크게 들어서 앱을 지웠다가 못 버티고 다시 깔았다가 했다.
도저히 혼자서는 못 견디겠어서 상담을 신청해서 빠른 시일에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봤다. 친구에게 울면서 털어놓아도 보고, 스스로 일기도 썼다. 아침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친구가 말했다. 내가 너한테 다음 연애를 천천히 하라는 건, 연애를 일찍 하려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불안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살펴보는 거지.
그래서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조금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혼자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앱을 깔았구나. 근데 또 동시에 전남친한테 미련이 있어서 마음속이 복잡하구나. 평생을 혼자서 살지 못했던 나인데 또 얍 하고 조급하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랬구나.
그걸 인정하고 나자 나를 조금은 덜 미워할 수 있게 되었고 내 마음속 어린아이가 "흥, 이제 알아줬어?" 하면서 진정되었다. 그러자 드디어 앱을 멈추고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한 방법으로 날 위로해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다. 그래도 그냥 시나브로... 시나브로 해보려고 한다. 너무 급하게 데이트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살펴보고. 전남친에 대한 감정도 정리를 해보기로. 그러다가 지치면 그냥 혼자서 쉬어보기로. 새로운 연애보다 친구와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해보고, 그러나 또 너무 죄책감은 가지지 않기로. 참, 내게는 어려운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