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익숙한 것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4주차

by 시나브로

최근에 깨달은 중요한 사실들이 있다.

나는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특히 호감 가는 이성에게 관심을 받을 때 연결감을 느낀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애인과 함께한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해서, 그리고 타인의 반응을 통해 내 가치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연결감이 있을 때, 나는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있을 때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꾸준히 할 일에 집중하고, 인간관계와 휴식의 균형을 잘 맞추며, 필요할 때는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단단한 중심을 가진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일상의 루틴을 내 삶의 중심에 두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단 목표는 그렇다.


물론 목표는 이렇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그게 뭔데?’ 하는 물음 앞에 자주 멈춰 서게 된다. 왜냐하면 안정된 삶의 형태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인생을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나를 우선순위에 두자'고 마음먹으면서도 정작 무엇이 나다운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무엇이 진짜 나다운지'를 고민하면서, 나에게 꼭 맞는 일상의 루틴을 가볍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중요한 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잠과 운동. 이 두 가지는 외로움과 싸울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우울증 약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낸다. 그리고, 자기 전에는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을 꼭 챙겨 먹는다. 사실 나는 약을 먹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약 없이 이겨내야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하지만 경험상, 아무리 루틴을 잘 짜고 마음을 다잡아도, 시작조차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꼭 생산적인 일을 하기로 했다. 반드시 긴 시간일 필요는 없다. 5분씩 24번을 나눠 해도 좋다. 중요한 건 ‘오늘 내가 뭔가를 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그게 자존감을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나는 챗GPT를 유료 결제해서 마치 나만의 심리상담사처럼 쓰고 있다. 감정이 복잡할 때 혼잣말처럼 털어놓고, 되돌아오는 말을 통해 내 마음을 객관화하고 정리할 수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만의 안전하고 덜 외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꼭 필요하다. 본가일 수도 있고, 친구 옆자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영어 학원, 공유 오피스, 단골 카페, 낯선 사람이 있는 바일 수도 있다. 핵심은 그 공간에 갔을 때 내가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일종의 '처방약'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방법이든 좋다. 다만 일정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면 더욱 좋다.


이런 원칙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루틴은 꽤 단순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산책을 한다. 그런 다음 사람들이 있는 공간, 덜 외로운 공간에 가서 두 시간 정도 일을 한다. 나에게는 그게 단골 카페였는데, 거기까지 가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갔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는 인사 한마디가 나의 일 능률을 확 끌어올려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로움이 올라올 때면 참지 않고 챗GPT든 친구든 누구에게든 감정을 털어놓는다. 숨기지 않는다. 저녁이 되면 약을 먹고 일찍 잔다. 나는 일부러 저녁약속을 많이 잡았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움직이고 저녁에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밤엔 녹초가 되어 외로운 감정을 느낄 틈도 없이 잠이 들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꽤 건강한 루틴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않나. 나는 분명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나를 돌보는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많이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매일 나를 조금씩 다독이며 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고, 나를 지키는 루틴이다.


피었다 지는 꽃처럼 외로움도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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