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는 행복해
지우가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
5시 30분부터 저녁도 안 먹고 배드민턴을 치고 왔다고 한다.
"이것 좀 봐 엄마"
오른쪽 근육이 더 발달된 팔뚝을 보여준다.
"이제 나 스매싱도 받아칠 수 있어.
배드민턴이 잘 치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니까. 너무 좋아~"
본인도 스스로에게 뿌듯한가 보다.
"다른 애들도 배드민턴 잘 쳐?
애들도 다 시합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거야?'
7월 둘째 주 경기인데 잘 치는 아이가 그날 음악 공연으로 빠진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잘하는 애가 빠지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잘하면 되지."
자기와의 도전을 하고 있는 지우
수학선생님이 10시까지 체육관에서 같이 배드민턴 치는 거 도와주시고
고 3 수학 선생님이 배드민턴 채를 새로 감아주시고
교장선생님이 와서 같이 배드민턴을 쳐주셨다고 한다.
예선경기에서 탈락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예선에 통과하고 아침저녁으로 연습을 하려고 하니 선생님들도
체대 가려는 거 아니지?라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식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씻고 바로 올라가서 자는 게 어때 피곤해 보이네."
"그래, 근데 너무 덥다. 엄마 입은 원피스같이 시원한 옷 없어?
허리 조이는 바지 말고. 더워~~"
집에서 속옷도 걸치지 않고 입고 있는 원피스 한 장이 편안하고 시원해 보였나 보다.
레이온 재질이라 몸에 달라붙지도 않고 찰랑거려서 너무 편하다.
이런 원피스가 또 있었던가.
지우에게 이 몸의 자유와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서랍을 찾아보니 없다.
'꼭 찾아주고 싶은데,,,'
침대 밑을 낑낑거리며 매트를 치우고 박스 안을 보니 거기도 여름옷이 없다.
힘을 쓰니 더위가 훅 올라온다.
"엄마 꼭 찾아줘. 엄마 같은 거 입고 자고 싶은데.
씻고 나오면 그냥 걸칠 수 있는 편한 거 있잖아."
'분명 초록색 원피스, 검정색 나시 원피스가 있는데 ...'
.
리안이 방에 다시 올라가서 옷 박스를 찾으니 레이온 재질의 원피스 3개 정도 있다.
나시는 안 입는다고 해서 반팔 초록원피스를 주었다.
"오~~땡큐 엄마~~"
콧노래를 부르며 원피스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하더니,
딸이 필요할 때 이렇게 롤모델이 되어 영감이 될 수 있다니!!!
대안을 찾을 때 롤모델이 되는 엄마로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