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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과 꿈 May 20. 2024

배 씨는 혼술로도 배가 부르다


 날마다 아침 일곱 시가 되면

 배 씨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여유롭게

 막걸리 한 통을 마신다, 안주도 없이


 배 씨가 마시는 막걸리처럼

 영양가 있는 간편식이 또 없다

 칠십 평생을 쌓아온

 노고와 삶의 무게도 홀가분하게

 배 씨의 얼굴이 마냥 편안하고


 술이 사람을 잡겠다는

 주변의 걱정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 씨의 편안한 얼굴에는

 노랑나비 흰나비가 꽃을 좇아 날고

 눈썹에 뭉게구름이 걸려 있으니


 가령, 주변의 입방아처럼

 술이 배 씨의 몸을 아작아작

 씹어 삼킨다 할지라도

 알록달록한 꽃들이 한창인

 영혼만큼은 어쩌지 못할 것이니


 피골이 상접한 두 다리에

 무거운 일생을 꽁꽁 붙들어 매고

 찾아온 안식처에서 마시는

 혼술로도 배 씨는 배가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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