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아침 일곱 시가 되면
배 씨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여유롭게
막걸리 한 통을 마신다, 안주도 없이
배 씨가 마시는 막걸리처럼
영양가 있는 간편식이 또 없다
칠십 평생을 쌓아온
노고와 삶의 무게도 홀가분하게
배 씨의 얼굴이 마냥 편안하고
술이 사람을 잡겠다는
주변의 걱정도 아랑곳하지 않는
배 씨의 편안한 얼굴에는
노랑나비 흰나비가 꽃을 좇아 날고
눈썹에 뭉게구름이 걸려 있으니
가령, 주변의 입방아처럼
술이 배 씨의 몸을 아작아작
씹어 삼킨다 할지라도
알록달록한 꽃들이 한창인
영혼만큼은 어쩌지 못할 것이니
피골이 상접한 두 다리에
무거운 일생을 꽁꽁 붙들어 매고
찾아온 안식처에서 마시는
혼술로도 배 씨는 배가 부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