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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계엄(戒嚴)

by 밤과 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위눌림

같은 강압과 강요된 굴종

에 뒤따라 바닥에서 차오르는 분노

와 바닥으로 주저앉는 부끄러움

이 얼룩진 옛 계엄을 기억하는지


그 시절의 암담한 풍경이

절망과 분노에 부끄러움을 버무려

두텁게 덧칠해 그려진 유화였다면


이 시대에 경험한 계엄은

볼썽사나운 낙서에 지나지 않아

시대의 가벼움을 두고

절망할 건덕지도 없지만

전혀 다른 성질의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하는지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는 마음에

개운찮은 기억 하나를 더해야 하는지






NOTE


계엄령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았었다.

그 시절이 지나가고 다시 듣는 계엄령이라는 말이 낯설고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지만

여전한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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