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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상사(相思)

by 밤과 꿈


사람이 신을 떠난 그리움으로

종교가 생겨난 이래

신의 이름으로 사람이 저지른

어마무시한 자해(自害)를 생각하면

이처럼 지독한 상사는 없으리라


대단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은

내 청춘의 기억이 빼곡한 그리움도

자해가 남긴 흉터라고 생각하면

내 상사의 이력까지도

제법 지독한 것이리라


여전히 젊은 날의 기억이 아프고

마음에 차오르는 그리움도

생살이 돋듯 가렵지만


사람이 신을 그리워하듯

신도 사람을 그리워하리라

는 근거 없는 생각에


내 청춘의 그 사람도

그 시절을 조금은 그리워하리라

나처럼 지독한 상사를 겪었으리라

억지로 믿어보는 마음이

생각하기에, 퍽이나 이기적으로

이 또한 난치(難治)의 지독한 상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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