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_2018

Miss Baek

by Yimhyehwa







나는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엄마는 술독에 빠져 매일 같이 나를 때렸습니다. 그러다 정말 죽기라도 할까 싶어, 놀이동산에 데려다주고는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그것이 엄마가 딸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삶은 지옥 같았습니다. 기댈 곳 없는 나는 남자들의 표적이 되었고, 누구나 함부로 떠들어 대고 가져도 되는 소유물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한 번이라도 남들처럼 살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쯤, 날카로운 칼날 하나를 들고 모든 걸 도려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채 밑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타고난 불행을 떨쳐낼 수 없다면, 길은 하나였습니다. 불행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 그 뿐이었습니다. 엄마와의 생이별로 얻은 건 폭력으로부터의 자유였지만, 혈혈단신으로 던져진 세상은 자유를 짓밟고 먹잇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행복을 포기한 채, 세상과 사람을 등지고 억세게 사는 것만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온몸에 피멍이 들어 걷는 것조차 힘든 아이는 단 돈 천 원을 쥐고 무엇이라도 먹고 싶어 집 밖을 뛰쳐나왔습니다. 맨발을 하고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내도 어른들은 몰라주었습니다. 아이를 붙잡아 집으로 돌려보내면 부모는 화장실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더는 나가지 못하도록 두들겨 팼습니다.


그 작고 퉁퉁 부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던 아이를 못 본 척 뿌리쳤습니다. 더럽고 불행한 인생만 전전해 온 나는 좋은 어른이 되어 줄 수 없었습니다. 하나뿐인 자식의 목을 조르며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부모보다도 못난 인생이 아이의 곁을 지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살고 싶어 좁은 창틀 사이로 몸을 던지는 아이를 봤습니다. 부모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작은 생명이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눈을 뜨지 못하는 아이를 안았을 때 뜨겁게 움직이던 심장 소리에 얼굴을 맞대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때 뿌리쳤던 아이의 손은 더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는 바람이었을지 모릅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과거로 인해 불행 속을 살다 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 삶을 일으키는 작은 희망을 애써 외면한 건 나였습니다.


다시는 아이의 손을 놓지 않을 겁니다. 불행했던 과거를 위로하고 버려뒀던 행복을 찾아 떠날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나아가려 합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