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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 Sep 09. 2021

무인 판매점이 편의점을 망하게 한다고요?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편의점 옆엔 꼭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더라?"


처음 무인 편의점을 하기로   가게가 오래도록 공실이었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생계수단이 됐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은 전세 대출 이자와 아이들 학원비,  번의 이사로 소소하게 쌓인 빚들을 갚아나가야 했다. 거의 그의 벌이에 의존하긴 해도  역시 육아하면서 돈 버는 일을 쉬어  적이 없었다.


요즘 제일 싫어하는  중에 하나가 '밑지는 장사 없다는데'. 장사라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맞다. 돈으론 밑지지 않는다. 장사는 이문이 남으려고 하는 거니까. 하지만 나의 노동력, 오고 가는 거리를 감당해야 하는 나의 안전  여타 다양한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한참 밑진다. 직원이 없으니 인건비  들어가서 좋다고?  인건비는 누가 주는데 그럼?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은 쉽다. 자기 일이 아니라서 함부로 말하기도 쉽다. 그래도 밑지는 장사 철학 따위는 들어줄만하다.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어떤 이의 에세이를 보자니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대하여 '인테리어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는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비용 들었거든요? 여러분이 운영하시는 대기업 소속 프랜차이즈가 아닌 덕분에 창업 비용은 적게 들었을지 몰라도 들일 건 다 들였습니다.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말. 나도 장사하기 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그 말이 딱 맞더라. 전기세는 또 왜 이렇게 나오며, 물건 정리는 왜 이렇게 어렵던지. 게다가 할인점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윤 자체가 적다. 요즘에는 박스 하나당 택배비를 무조건 매기기 때문에 물건을 시키면 택배비가 더 많이 든다. 화물차로 내려오는 유인(有人) 편의점 물건과는 달리 무인은 모두 스스로 판로를 찾아 진열해야 한다. 그 수고로움을 잘 모르면서 무인 편의점이 마치 기존 편의점 장사를 훼방 놓는 것처럼 구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예전에 어떤 도시에서 편의점 점주가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에서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무인 할인점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싸게 파니까 본인의 가게가 타격을 입었다고 벌인 일이다. 분을 삭이지 못했던 점주는 남의 가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입건되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가게 오픈하고 얼마 있다가 가격을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손님과 통화할 일이 생겼다. 손님은  특이했는데 다짜고짜 근처 편의점 주인을 험담하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딸에게 무인 할인점보다 기존에 있던 편의점에  것을 추천했는데 딸이 발끈하며 무인이 편한데   가게 하냐고 따지더란다. 딸은  편의점 점주가 자꾸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가기 싫다고 했단다. 그에 '뭐라고 잔소릴 하던가요'  물으니 '냉장고  얼른 닫아라,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라, 건은 앞에서부터 꺼내라' 등의 이야기였다. 손님의 딸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인지 그게 무서워 가기 싫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편의점주가 맨날 서서 파트타이머와 무인 편의점 험담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원에게 가서 프링글* 얼만지 보고 오라고 말하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고 했다. ', 그래요', '감사합니다'   하고서야 전화에서 놓여났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줄까 싶다가도 무슨 염탐까지 하나 짜증이 밀려왔다.


 편의점!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처음에 가게 오픈할  편의점 주인이 상가 부동산을 찾아가서는 ' 상가에 편의점이 둘인  말이 되냐며' 따졌단다. 부동산에서 찾아와 사정하는 바람에 우리 가게 유리 시트지에 이미 붙인 '편의점'이란 글자 대신 '할인점'이란 글자를 덧붙였다. 마음은 불끈거렸지만 여러모로 도와준 부동산에게 고맙기도 하고 상가에서 다투고 싶지 않아서 사람을 불렀다.

처음 붙인 시트지
덧바른 시트지

어느 곳에나 애로는 있는 법이다. 그걸 알아달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무인 할인점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크게 있는 동네에는 3-400미터도     만날  있다. 어쩌면 그런 변화가 시류인데 마치 우리가 손님이나 빼앗는 독버섯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면 곤란하다. 대기업에서 만든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간판에서부터 거의 많은 운영을 도와주지만 무인 할인점은 창업 비용을 지불한 후엔 각자도생 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편의점 점주는 프랜차이즈로 창업하는 비용을 지불할만한 여건이 마련됐던 것이고, 무인 할인점 운영자는  그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은 가게에서 인건비를 줄이고 싸게 파는 것이다. 그러니까 함부로, 누구는 편하게  번다는 인식은  말아줬으면 한다.

이제는 이것마저도 불안해 죽겠다. 주인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야밤에 금고 뜯으러 오는 도둑들이 너무 많아졌다. 오늘 낮에는 열쇠 가게에 전화해 포스기에 자물쇠를 더 달 수 있는지 문의하였다. 머리를 군데군데 묶은 꼬마 아이처럼 포스기 곳곳에 어울리지 않는 자물쇠가 달리게 될 것이다.




희한하게 편의점 옆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서더라 말을 말간 얼굴로 지인에게 '무인 할인점이 일부러 편의점 옆에 들어가는  아니고 유동인구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XX옆엔  XX 있더라' 다소 부정적으로 말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나랑 별로 관계없을 , 아무렇지도 않게. ', 몰라서 그랬구나. 나도 그렇고  사람도   몰라서 그런 거야.' 하지만 지인까지 저리 말하는 마당에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시대와 문화는 변한다. 편의점도 사실은 상업의 어떤 바람을 타고 정착한 시설이다. 어릴  보던 슈퍼는 편의점으로 변하고 편의점 역시 이름도 형태도 변하였다. 어쩌면 무인 가게는  많아질 것이다. 무인 가게는 상업의 새바람이다. 하지만 여전히 풍토는 유인(有人) 업체의 것을 나눠 갖는 가게쯤으로 생각하니 답답하다. 언제쯤 무인 할인점은 당당하게 편의점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까?  길이 멀지만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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